대전 서구 ‘작은 결혼식’ 명소로 거듭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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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친화도시 조례안’ 입법 예고
한밭수목원-미술관 등 활용하고 예식 장소-결혼식 비품 무상 대여

지난해 6월 서구의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온종일 돌봄시설. 양육 부담을 덜어 결혼을 촉진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대전 서구 제공
지난해 6월 서구의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온종일 돌봄시설. 양육 부담을 덜어 결혼을 촉진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대전 서구 제공
대전 서구가 ‘작은 결혼식 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거듭난다.

서구는 작은 결혼식 지원을 포함한 결혼 친화적인 문화와 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달 27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결혼 친화도시 조성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선도적인 인구정책을 펴온 서구가 결혼 친화도시를 선언한 것은 기혼 부부에게 출산 장려금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저출산 대책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서구는 ‘비혼(非婚)’ 인구 증가를 저출산의 더 큰 문제로 지적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했는가?’ 보고서에 주목했다.

홍유표 서구 인구청년정책팀장은 “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185조 원가량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졌다”며 “서구는 비혼자 그룹의 결혼을 위해 결혼에 걸림돌이던 비용과 문화, 가치관 개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작은 결혼식 지원은 결혼을 적은 비용으로 아름답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서구는 작은 결혼식 지원을 위한 자원이 풍부하다. 우선 대전 5개 자치구 중 도시공원 면적(648만9882m²)이 가장 넓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속 한밭수목원, 도심에서 멀지 않은 장태산 자연휴양림, 대전 유일의 빙상장이 있는 남선공원, 가로수길로 유명한 보라매공원, 둔산 행정타운을 가로지르는 샘머리공원, 정부대전청사 자연마당,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연정국악원이 있는 예술문화단지, 조형미가 뛰어난 엑스포 다리와 엑스포시민광장 등은 모두 작은 결혼식을 치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서구는 이들 예식 장소와 결혼식 비품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사진촬영도 실비로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서구 주민은 물론 서구에 있는 대학의 학생들과 직장인에게도 장소를 개방하기로 했다.

결혼 예비학교도 운영한다. 이 학교는 알뜰 결혼식 하기, 양성평등 의식 함양, 부부공동 참여의 육아·가사·부양, 양가 부모님 및 친척과 소통하기, 효율적 재정관리 등 결혼 및 결혼생활 전반에 대한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구는 결혼 친화도시 선언에 앞서 건전한 결혼문화 확산 운동을 펴왔다. 아빠들의 육아상식을 테스트하는 ‘라떼파파 인구골든벨’, 육아맘들을 위한 개그우먼의 ‘투맘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영화 ‘82년생 김지영’ 단체관람 등으로 결혼 전후 세대의 공감을 샀다.

장종태 서구청장은 “작은 결혼식과 결혼 예비학교 같은 결혼 친화도시 프로그램이 결혼을 큰 부담이 아니라 행복과 축복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서구#작은 결혼식#결혼 친화도시 조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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