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추워지면 2차 대유행 경고…이번주 초겨울 날씨도 영향 있을까?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3일 0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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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건조 환경서 오래 생존하나 주 전파요인 아냐"
"인체에서 바이러스 생존…밀폐공간에서 오래 생존"
"계절 관계없이 바이러스 생존…주기적인 환기해야"

낮 최고기온이 20도 이상까지 올랐던 지난주와 달리 이번주 날씨는 초겨울 날씨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시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돼 한 겨울을 지나 날씨가 차츰 따뜻해지는 초봄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또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올해 가을과 겨울 2차 코로나19 대유행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전파와 날씨 간 상관관계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분석한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3일 “기온과 습도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생존하는 기간이 달라지긴 하지만, 주요 전파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며 “바이러스 주요 전파 요소는 바이러스와 숙주인 사람 간의 상관관계, 사람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SARS),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는 공통적으로 저온 건조한 환경에서 오래 생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대부분 기온이 5도에서 습도가 20~30%인 환경에서 3~4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생존한다”면서 “고온 다습한 환경, 예를 들어 온도가 20도, 습도가 80% 이상인 경우엔 생존기간이 단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도와 습도는 코로나19 전파에 부수적인 요인일 뿐, 주요 변수는 바이러스와 숙주인 사람 간의 상관관계, 사람의 행동이 코로나19 확산에 주요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사람 사이로 퍼지고 호흡기나 점막 등에서 증식하는데, 인체 내부 온도는 37도로 30도보다 높다”면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더워진다고 해서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날씨가 추워져서 야외활동보다는 밀폐된 실내에 오래 있을 경우에 만약 실내에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유행이 증폭될 수 있다”면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밖으로 많이 다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람 간 밀집도는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22일 오전 9시 기준 확진자는 총 9125명, 사망자 11명을 기록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싱가포르 확진자의 75% 가량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주 노동자들 다수가 좁은 기숙사 안에서 빼곡하게 생활했는데, 기숙사 내에서 환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가 빠르게 전파됐다.

싱가포르 대규모 전파 사례는 고온다습한 환경이 코로나19 확산과 연관성이 적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싱가포르의 이달 평균 최저기온은 24도 내외, 평균 최고기온은 31도 내외다. 4월 평년강수량은 141mm, 평균 강수일수는 15일로, 습도도 높다.

여름이어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환경이라면 코로나19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방역당국도 밀폐된 실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김 교수는 “여름이 되면 업무시 실내에서 에어컨을 많이 가동하는데, 에어컨 송풍기능 때문에 내부 공기 흐름이 수평으로 진행된다”며 “만약 코로나19 환자가 강풍 에어컨 앞에서 기침하면 비말이 더 멀리 퍼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도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실내에서 에어컨이 가동되는 환경, 즉 온도가 22도 내지 25도 사이에서 통상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5일간 생존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며 “창문을 열어놓으면 1시간에 6번 정도 공기가 완전히 교체되는데 전체 공기가 5번 정도 환기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00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내 환기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권 부본부장은 “호흡기 바이러스는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이 되면 유행이 수그러드는 게 당연할 수 있지만, 남반구의 경우 여름에서 겨울로 가는 상황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상당히 올라가는 추세”라면서 “계절, 기온을 떠나 밀집도, 환기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날씨가 매우 춥거나 더울 경우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 게 어렵겠지만, 실내에서 환기는 중요하다”라면서 “겨울철과 여름철 에어컨 가동 시기에도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생활방역 지침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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