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한때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홈페이지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홈페이지 캡처)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 등 원격교육 플랫폼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접속자가 몰리지 않는 밤 늦은 시간을 노려 수업을 듣는 ‘올빼미’ 학생이 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험생 A군(18)은 EBS 동영상 강의 시청으로 대체된 학교 수업을 최근 들어 정규 수업 시간이 아닌 오후 8시쯤부터 몰아서 듣고 있다.
원격수업이 시작된 지난 주만 해도 오전 8시쯤 네이버 밴드로 출석 확인을 하고서 곧장 학교 시간표에 따라 EBS 온라인클래스 수업을 바로 수강했지만, 아침 시간대에 로그인이 잘 되지 않거나, 동영상이 끊겨서 재생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서 듣는 것으로 바꿨다.
A군이 다니는 학교는 ‘실시간 쌍방향형’ 없이 모든 수업을 EBS가 제공하거나 교사가 만들어 올린 동영상을 듣게 하는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초기에는 아침 조회 시간에 첫 번째 출석 확인 이후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따라 해당 과목을 수강하고 과목별 출석 확인도 진행했지만,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수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많다는 민원이 많아 1주일 단위로 출석을 확인하고 강의 시청 시간은 학생들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기준을 바꿔 지난 1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A군은 “아침부터 스트레스 받기 싫고 오류가 생기면 괜히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아서 차라리 밤 늦게 본다”며 “선생님들도 아침 조회때 출석만 잘 하고 동영상은 천천히 봐도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3학년을 제외한 전국 초·중·고교 학생 400만여명이 원격수업에 돌입한 16일 ‘2차 온라인 개학’ 이후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수험생·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는 A군처럼 아침 시간대를 피해 늦은 오후나 밤에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수험생(쌀***)은 17일 오전 트위터에 “내일 온라인클래스 서버가 터져서 못 듣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밤에 몰아치기로 이틀 치 전부 듣고 과제하는 중”이라고 적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uh***)도 전날 “온라인클래스 로그인이 안 되는데, 새벽에 몰아서 들으라는 건가”라고 썼다.
교육부도 학생들이 오전 시간대를 피해 늦은 오후나 밤에 원격수업을 듣는 방식을 장려하는 상황이다.
박백범 교육부차관은 원격수업 첫날인 지난 9일 신학기개학준비추진단 영상회의 브리핑을 통해 “과제 제시형이나 콘텐츠 활용형 수업의 경우 꼭 오전에 안 해도 된다”며 “동영상 시청은 저녁이나 휴일에 해도 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다는 게 온라인 교육의 장점”이라고 설명했지만, 학생들이 오전 시간대에 몰리면 불안정한 원격수업 플랫폼에 부하가 걸리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육부는 16일 신학기개학준비추진단 회의결과 자료를 통해 원격수업 관련 접속 장애 등이 발생할 경우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출석 확인을 하고, 동영상 강의 시청은 정해진 수업 시간이 아닌 당일 내나 1주일 내에 하면 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일을 줄이려면 결국 원격수업 플랫폼의 안정화가 선행돼야 한다.
EBS의 경우 지난 9일과 13일 각각 중학생용과 고등학생용 EBS 온라인클래스가 오전 한때 먹통이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16일에는 교사가 직접 올린 신규 동영상 콘텐츠가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17일에도 카카오톡·네이버·페이스북 등 아이디를 활용한 EBS 온라인클래스 소셜 로그인 기능에 문제가 생겨 오전 8시42분부터 오전 10시5분까지 학생과 교사들이 불편을 겪었다.
KERIS에서도 지난 14일 오전 e학습터 소셜 로그인 기능에 장애가 발생했고, 16일에는 ‘위두랑’이 오전 한때 서버 과부하로 서비스 이용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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