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기 좋은 날”…선거와 날씨의 관계는? [이원주의 날飛]

이원주 기자 입력 2020-04-15 13:35수정 2020-04-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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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휘날리며, 투표 잘 하고 오셨는지요. 마스크 쓰고, 비닐장갑 끼고 해야 하는 투표는 여러모로 답답하지만, 요즘처럼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때에는 모처럼 휴일 햇살 받으며 짧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날씨로만 보면, 올해 선거는 그동안 16년 간 50%대 미만에 머물렀던 투표율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안하신 분이 있다면, 모두 투표합시다.

투표하라고, 수요일

이번 ‘날飛’에서는 1988년 치러진 제13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의 자료만 살펴보겠습니다. 제13대 총선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1987년 9차 개헌으로 대통령직선제, 5년 단임제 등 대통령 선거 제도의 변화와 함께 국정감사 부활, 국회 연간회기일수 제한 폐지 등 현재의 체제가 확립된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여름과 겨울 등 계절을 오가며 치러지던 총선이 이 해를 계기로 봄철에 치러지는 ‘벚꽃 선거’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13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렸던 1988년의 서울과 광주, 군부대(위부터)의 투표소 풍경. 당시 투표율은 75.8%를 기록했습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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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선거라지만 제13대 선거(1988년)와 제14대 선거(1992년) 선거는 4월 중순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 때까지는 정확한 총선 일자가 법제화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96년 치러진 제15대 선거부터 공직선거법은 총선 실시 시기를 “국회 임기 만료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지정합니다. 현재 국회를 구성하는 제20대 국회 회기는 5월 29일까지입니다. 회기 만료 50일 전은 4월 9일이고, 이 날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인 4월 15일이 투표일이 되는 겁니다.

올해 선거일이 4월 15일인 이유를 보여주는 달력. 같은 공직선거법 규정을 적용하면 다가오는 차기 대통령선거는 2022년 3월 9일, 차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은 2022년 6월 1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상하셨듯이,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일을 수요일로 못 박은 이유도 ‘투표율’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월요일이나 금요일과 맞물리면 놀러가느라 투표를 안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연차휴가를 붙여 오히려 길게 놀러 가 버리는 투표권자를 경계하기 위해 제외했습니다.

비 오면 ㅠㅠ

이처럼 제도적으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마련됐습니다. 이제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날씨보다는 선거철마다 터지는 정치적 현안이 더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이번에는 날씨와의 상관관계만을 살펴보겠습니다.

맨 위에서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 이유는 이번 선거일 날씨가 총선 투표율이 높았던 해에 보였던 날씨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비. 당연하겠지만 선거 당일 비가 오면 투표율이 낮아집니다. 역대 최하 투표율인 46.1%(제17대 대비 14.5%포인트 하락)를 기록했던 제18대 총선은 정치 이슈를 제외하고도 궂었던 날씨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선거일이었던 2008년 4월 9일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서울에만 오후 들어 11.5mm의 비가 내렸고 강릉에 16mm, 대구에 15.5mm, 제주 서귀포에는 아침부터 무려 59.5mm가 내렸습니다. 장마철 장대비 수준입니다.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렸던 2008년 4월 9일 우산을 쓴 채 투표소를 찾은 부산지역 스님들. 이날 부산에는 낮부터 빗방울이 흩뿌리기 시작해 총 19.5mm의 적잖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주로 6월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도 있습니다.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던 1998년 6월 4일에는 전날부터 비가 흩뿌렸고, 당시 투표율은 제1회 선거인 1995년(68.4%)보다 15.7%포인트 떨어진 52.7%를 기록했습니다.

낮기온 20도(서울 기준)에서 투표율↑

비가 올 때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투표율을 높이는 조건은 뭐가 있을까요. 무작정 기온이 높거나 낮다고 해서 투표율에 큰 영향을 준다는 조건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조건 하나가 있었습니다. 낮 최고기온입니다. 1988년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낮 최고기온이 20~22도 사이에 머물렀던 해는 투표율이 직전 선거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제13대 총선(1998년) 이후 계속 떨어지던 투표율은 낮 기온이 21.7도를 기록했던 제17대 총선(2004년)에서 모처럼 반등했고, 최고기온 21.4도를 보였던 제20대 총선(2016년) 때도 투표율이 58.0%를 기록해 제17대 총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낮 최고기온과 투표율의 상관관계. 비가 오지 않고 낮 기온이 20도 안팎일 때 투표율이 직전 선거에 비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없는 ‘변수’

그 외에도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변수는 있습니다. 제19대 의원을 뽑은 2012년 4월 11일에는 최고기온이 17.4도로 다소 낮았고, 비도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투표율은 54.2%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선거인 2008년보다 8.1%포인트 올랐습니다. 2008년 투표율이 워낙 낮았던 탓도 있지만 선거 제도가 바뀐 원인도 있습니다. 당시 총선은 재외국민 투표가 처음으로 시행된 해입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지면서 투표율도 따라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재외국민 투표가 실시됐던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일본 교민들이 주일본한국대사관을 찾아 차례를 기다리는 풍경. 동아일보 DB


“투표하기 참 좋은 날”

그러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20년 4월 15일 오늘의 날씨는 어떨까요. 처음에 언급했듯 투표하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입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20년 4월 15일 서울의 한 투표소를 찾아 길게 줄을 서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기다리는 유권자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정오까지 투표율이 19.2%를 기록해 4년 전인 제20대 선거 때보다 1.8%포인트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전국이 맑거나 구름만 좀 끼어있는 채로, 전국에 비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낮 기온은 서울이 21도, 가장 기온이 높겠다고 예보된 구미도 23도 정도이고, 강원 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곳도 17도 수준입니다. 오전엔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았지만 오후에는 보통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예보도 나왔습니다.

혹시 아직 투표하지 않으셨다면, 늦지 않았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4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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