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한 지문등록 덕에…내복차림 5살 부모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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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10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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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순찰 발견, 이름 물어도 시큰둥…지문매칭 실마리
부모 “몇년 전 등록한 지문이 큰 도움이 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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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5일 밤 11시40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양로 부근 도로에서 내복만 입은 한 아이는 이름 모를 한 아주머니 손을 잡고 있었다. 마침 야간 순찰을 돌던 창원중부경찰서 가음정지구대 송현석 경장(당시 순경)은 순찰차를 향해 손짓을 하는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급하게 순찰차에서 내렸다. 한겨울 추위에 떨고 있던 Y군(5)은 육안으로 보일만큼 콧물이 가득했다고 한다.

아주머니로부터 Y군을 인계 받아 지구대로 데려온 송 경장은 우선 Y군의 추위를 녹히고,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Y군이 어리지 않은 나이라 인적사항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송 경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송 경장이 Y군에게 줄곧 인적사항을 물었지만,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Y군은 본인 이름뿐 아니라 부모님 이름, 집 위치 등을 묻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Y군은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다” 등의 이야기만 했고, 그 외 질문에는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Y군의 부모를 찾으려면 이름, 나이 등 신상 파악이 우선이지만, 송 경장은 첫 발걸음조차 떼지 못했다. 송 경장은 근처 지구대 등에 실종아동 신고가 들어왔는지 문의했지만, 신고조차 없었다. 인적사항 하나도 파악되지 않아 난감한 채로, 그렇게 약 15분이 흘렀다.

송 경장은 경찰 통합포털 내 실종아동프로파일링 시스템인 ‘지문유사도매칭’을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시스템은 아동의 지문이 사전 등록돼 있다면, 지문을 이용해 아동의 인적사항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송 경장은 Y군의 지문을 약 3번 정도 찍었다. 지문을 한번 찍을 때마다 Y군의 지문과 비슷한 지문이 20개 정도 나왔다. 즉, 60개 정도의 지문이 나온 셈이다. 송 경장은 60개 가운데 중복자를 제외하고, 이를 토대로 Y군에게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Y군은 여러 이름에도 “아니다”라고만 답하고, 정작 본인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줄기차게 “아니다”라는 대답만하던 Y군은 한 이름을 듣자, 반응이 묘하게 변했다. 눈치를 살피며 “아니다”라는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송 경장은 이 때 Y군의 본명이라고 직감했다. 송 경장은 Y군에게 부모님한테 연락한다는 말을 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유사지문으로 파악된 약 60명 가운데 실낱같은 희망으로 Y군의 신상을 물어보던 중에 발견한 것이다.

Y군을 애타게 찾고 있던 Y군 부모는 한달음에 지구대로 달려왔다. Y군 부모는 Y군을 잠시 주변 지인의 집에 맡겼는데, 지인이 신경을 못 썼던 사이에 Y군이 집을 나와 도로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Y군 부모는 아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경찰에 실종신고조차 할 경황도 없었다고 했다.

Y군을 품에 안은 부모는 몇년 전 등록한 Y군의 지문이 아들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Y군 부모는 “별 생각없이 등록했던 아들의 지문 덕분에 (아들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며 “지문 사전등록이 이렇게 효과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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