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증상’ 살해범, 약도 효과 무…전문의 “‘사법입원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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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5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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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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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에서 조현병 약을 복용하던 10대 고교 자퇴생이 이웃인 70대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약을 복용해왔음에도 참사가 벌어진 것. 일각에서는 비자의입원(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작년 연말에 있었던 고 임세훈 사건이나, 경북의 경관이 사망한 사건이나, 다 보호 의무자분들이 입원을 결정했다고 할지라도 자의로 퇴원한 다음에 치료가 중단되고 나서 생겼다”면서 “저희도 이젠 해외의 선진국들처럼 (환자의 입원을) 가족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가정 법원의 판사 등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장모 군(18)의 아버지는 경찰조사에서 “올 2월 2일까지 (장 군이) 병원에 다녔고 4주분 약을 타서 어제(23일) 저녁과 오늘(24일) 아침에도 (약을) 먹었다. 입원시키려 했지만 아들이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보호입원을 시키려면 환자가 직접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아들 장 군이 거부해 입원시킬 수 없었다는 것.

이에 대해 백 교수는 “(환자의) 가족을 따져봐야 되겠지만 (입원을 시키려면) 보호 의무자 두 명이랑 다른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두 명의 소견이 필요한 게 현행법”이라며 “부모가 둘 다 결심을 했다면 (입원이) 가능하다. 그런데 제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본인의 안전’, ‘또 다른 사람의 안전’에 대한 이런 중요한 문제를 왜 보호 의무자의 결정에만 우리가 맡겨놔야 되느냐, 그게 잘못된 결정이어서 다른 사람이 다치면 그건 보호 의무자만의 책임이냐, 이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의사가 ‘반드시 입원시켜야 된다’고 판단을 내리고, 권하더라도 가족·본인이 거부하면 현재로선 입원시킬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 입원이라고 법원이 무조건 (입원을) 강제로 하는 게 아니다”며 “가정법원의 판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인권과 안전을 어떻게 하면 동시에 잘 추구할 수 있느냐 (고민하는)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5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S아파트 6층 엘리베이터 옆 복도에서 이 아파트 5층에 사는 장 군이 6층 주민 김모 씨(74·여)를 흉기로 수차례 공격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김 씨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약 1시간 뒤 숨졌다.

장 군은 경찰 조사에서 “다른 사람의 뇌와 내 뇌가 연결돼 조종을 받는다. 김 할머니가 내 뇌 안에 들어와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낀다”며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면 내가 죽겠다고 생각해 23일 밤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범행을 후회한다고도 했다고.

프로파일러인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방원우 경장은 “망상에 따라 움직이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며 사고(思考) 장애가 있는 점으로 미뤄 전형적인 편집성 조현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 군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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