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있는 선배들이 머물렀던 교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세월호 5주기 추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6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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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News1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News1
“하늘에 있는 선배들이 머물렀던 교실에서 수업을 듣다 보니 늘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은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서 만난 3학년 김민희 양(18)은 본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단원고 부학생회장인 김 양은 5년 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하늘나라로 떠난 선배들과 교사 261명을 기리기 위해 이날 친구들과 교내에서 ‘다시 봄, 희망을 품다’ 추모행사를 열었다.

김 양은 “5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형을 잃은 같은 반 친구의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아무런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했다”며 “단원고 후배들이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추모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단원고 강당에서 진행된 추모행사에는 교복을 입고 노란색 리본 스카프를 목에 두른 2학년 학생 150여 명이 참석했다. 1, 3학년 학생들도 교실에서 방송을 통해 추모 행사를 지켜봤다. 합창단이 추모곡을 부르는 동안 객석 곳곳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학생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희망의 기억으로 간직했으면 좋겠다”며 “민주주의와 안전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선 반드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안산교육지원청에 설치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도 시민과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곳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교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추모객들은 노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엄숙한 표정으로 교실을 둘러봤다. 단원고 한 여학생은 방명록에 ‘직접 눈으로 (선배들이) 생활한 교실을 보니 진심으로 참담한 마음이 듭니다. 그곳에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는 추모글을 남겼다.

이날 오후 3시 안산시 전역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이렌이 1분간 울렸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곧이어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가 진행됐다. 유가족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전국 각지에서 온 5000여 명의 시민이 행사장을 메웠다.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인 단원고 졸업생 장애진 씨(23·여)는 친구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장 씨는 “너희들의 ‘이따 봐’라는 마지막 인사가 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아 언제나 너희를 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먼훗날 소중한 너희들에게 가게 되는 날 부끄럽지 않은 내가 돼 만나러 갈게”라며 흐느꼈다. 67명의 학생과 함께 경남 산청군에서 행사장을 찾은 간디마을학교 교장 김병삼 씨(56)는 “아이들이 분노와 미움이 아니라 사랑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함께 참석했다”며 “얼른 진상 규명이 돼서 마음 아픈 분들이 치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수습본부가 차려졌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4시경 팽목항 기억관(옛 분향소) 뒤편 무대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행사와 예술행사가 열렸다. 희생자인 고우재 군의 아버지 고영환 씨(52)는 “팽목항은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기다림의 장소”라며 “희생자 추모를 위해 팽목항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 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5년간 팽목항 인근에서 생활해왔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4명의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 낚싯배를 타고 세월호가 침몰했던 맹골수도 인근 해역을 찾았다. 유족들은 바다에 국화꽃을 던지며 아이들의 이름을 목청껏 불렀다. 이들은 팽목항을 찾은 뒤 목포신항으로 옮겨진 선체 앞에서 희생자 넋을 위로했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안산=신아형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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