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이재민들 권리찾기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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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주택복구 비용 현실화 등 대책위 구성해 정부에 적극 대응
피해 시군의 복구지원 사업도 활발, 이재민들의 트라우마 치유도 진행

영동군 경로당에 자동혈압기 설치 충북 영동군의 한 경로당에서 노인들이 자동혈압계로 혈압을 재고 있다. 영동군은 지역 내 340개 모든 경로당에 자동혈압기를 설치해 주민들이 스스로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해 자신의 혈관나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영동군 제공
영동군 경로당에 자동혈압기 설치 충북 영동군의 한 경로당에서 노인들이 자동혈압계로 혈압을 재고 있다. 영동군은 지역 내 340개 모든 경로당에 자동혈압기를 설치해 주민들이 스스로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해 자신의 혈관나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영동군 제공
강원 동해안을 휩쓴 산불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재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권리 찾기에 발 벗고 나섰다.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들도 행정력을 집중해 이재민 돕기와 피해 복구에 뛰어들었다.

고성지역 이재민들은 10일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주민들은 우선 불에 탄 주택 복구 비용의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주택 복구 지원금이 완전히 파손된 경우 1300만 원, 반파는 650만 원에 불과해 피해 주민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연 1.5%의 금리로 최고 6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서민들에게는 부담이다.

이에 이재민들은 “현 규정에 따른 지원액으로는 도저히 자립할 수 없다”며 “이번 산불과 관련해 국가기관인 한전의 책임이 일정 부분 인정되는 만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역시 예전 동해안 대형 산불 때 주택 복구비의 70%를 국비 지원했던 사례를 근거로 70%까지 지원해 줄 것을 정부에 바라고 있다.

이재민들은 구호물품 지급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한 이재민은 “구호물품을 마을회관으로 주고 있는데 실제 이재민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재민들에게 빠짐없이 전달될 수 있는 지급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산불 원인 규명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조사 중이라고 하는데 국가기관이어서 ‘제 식구 감싸기’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증거보전 신청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산불 피해 시군의 복구 및 주민 지원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고성군은 산불로 급수가 중단됐던 6개 리(里)의 상수도 응급복구를 완료했고 현장대응팀은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도록 했다.

속초시는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재민들의 트라우마 치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는 이동식 심리지원 진료소인 ‘안심버스’를 피해 현장에 투입해 이재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는 9일까지 111건의 재난심리 상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동해시는 수요 조사를 통해 맞춤형 복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이재민들은 대부분 영농 준비에 필요한 기본적인 농기구와 의류, 돋보기, 보청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12종 59개 품목 지원을 요청했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산불 피해 주민의 수요를 적극 반영해 지원함으로써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들이 재난에 따른 상실감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이재민은 10일 오전 10시 현재 고성 속초 강릉 동해 등 4개 시군 613가구, 1053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이재민들은 803명이 임시 주거시설에, 250명은 친인척 집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산불#고성 주민대책위원회#주택 복구 비용#특별재난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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