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덕 센터장, 평소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조정”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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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7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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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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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인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은 생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나라 응급의료 현실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불명확한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조정의 필요성, 119 구조대원이 가져야 할 책임감 등 그 내용도 다양했다.

윤한덕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치료시간을 단축하려면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119구급대원이 ‘12유도 심전도 검사’(팔·다리 4개, 가슴 6개에 연결된 총 10개의 전극을 통해 12방향에서 심장의 전기신호에 이상이 있는지 파악하는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의사에게 전송해 확인한 후 시술을 해야 할 심근경색이면 심혈관센터로 이송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이 프로토콜은 아주 간단하고 북미와 유럽에서는 흔하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도 한다. 그런데 그 간단한 절차가 우리나라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행의 응급구조사 업무범위에서 12유도 심전도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환자의 몸에 전극을 3개 붙이고 감시하는 것은 허용되나, 전극을 10개 붙이고 검사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인 것이다. 그러니 환자는 가까운 병원에 이송되어야 하고, 심전도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다음에 ‘전원’을 통해 심혈관센터로 다시 이송된다. 의료비도 낭비고, 의료자원도 낭비고, 무엇보다 환자에겐 ‘황금 같은 시간’이 버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서 전극 붙이는 것까지는 응급구조사가 하되, 실행 버튼은 의사가 와서 누르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검사는 해야 하고, 의사는 부족하고, 위법은 피해야 하니까”라며 “정말 웃기는 건, 환자의 몸에 흐르는 전기신호를 검출할 뿐인 심전도 검사는 응급구조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해도 불법인데, 환자의 몸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위험한’ 제세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윤한덕 센터장은 “전문성은 교육과 경험의 축적에 의해 생긴다”며 “다행히 현대사회의 병원이라는 조직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환자가 집약되어 모이는 곳이고, ‘비교적’ 안전하게 지식과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선배가 모여 있으며, 자신의 행위가 다수에게 관찰되는 ‘호손 효과’(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자신의 행동을 바꾸거나 작업의 능률이 올라가는 현상)가 있는 곳이다. 의료 종사자로서의 전문성은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이 소속한 영역의 지속적인 경험의 축적에 의해 생긴다. 응급구조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전부터 합법적으로 그 행위를 했던 의사,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동안 ‘불법적’으로 그 행위를 했던 선배 응급구조사가 관리자(supervisor)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래를 위해서라면 처치 지침도 만들고, 교육·수련 과정도 더 만들고, 임상경험을 축적할 기회도 만들고, 방관자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의료지도의 책임성도 강화하고, 구급차와 현장에 대한 의료전문가의 개입도 확대하고, 행위를 할 수 있는 전문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면 하자. 하지만 그 전에 환자에게 필요하면서 할 수 있는 행위라면 할 수 있도록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부터 조정하는 게 단초”라고 강조했다.

윤한덕 센터장은 응급구조사인 119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응급환자들이 병원에 몰려 대기하는 현상이 나온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병원 내 응급의료 개선은 시급한 과제이고, 119구급대가 고생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같은 기관 소속 다른 구급대가 이송한 환자 3명이 응급실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응급실에 또 환자를 이송해놓고, 병원이 환자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편한 핑계를 대는 게 공무원이 할 일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의2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자는 미리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환자 상태와 처치 내용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제 보호자가 원해서 갔다는 책임 전가성 핑계는 그만.. 119 구급대 여러분을 응원하지만 책임 있는 참여자이기를 더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윤한덕 센터장은 4일 오후 6시경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행정동 2층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윤 센터장의 연락을 기다리던 아내와 병원 직원들이었다.

검안의는 ‘급성 심정지’(심장마비)라는 1차 검안 소견을 내놨다. 정확한 사인(死因)은 유족의 뜻에 따라 7일 부검으로 밝힐 예정이다. 다만, 의료원 측은 누적된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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