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호적 말소 30년·두자녀·남편실종…“성본 창설 허용”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6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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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행방불명된 후 15년간 호적 없이 살아온 배우자가 스스로 가족관계등록을 창설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가사항소2부(부장판사 구창모)는 최모(55)씨가 신청한 가족관계등록창설 항고심에서 불허가 결정한 1심과 달리 허가 결정했다. 이 결정은 재항고 없이 최근 확정됐다.

최씨는 지난 1987년 박모씨와 결혼하면서 혼인신고를 했다. 결혼 직후 시어머니는 박씨가 친아들이 아니라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최씨 부부의 호적은 말소됐고 최씨 부부는 자녀를 2명 낳고도 새로운 호적을 가지지 않아 무적자(無籍者)로 살아왔다.

그러던 도중 지난 2003년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남편 박씨가 아무 말 없이 행방을 감췄고, 최씨는 남편 없이도 스스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게 해달라며 지난해 가족관계등록창설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할 수 없다”고 본 1심과 달리 최씨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박씨가 취적을 하지 못한 상태(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2008년 1월1일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시행되면서 박씨는 물론 최씨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부 또는 모의 출생신고에 의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최씨 아버지가 이미 출생 당시 출생신고를 했고 현재 최씨 어머니가 고령이어서 새로이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최씨가 일반 무등록자로서 가족관계등록을 창설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롭게 작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박왕규 변호사는 “성본 창설과 가족관계등록창설 절차를 진행해야 할 남편이 행방을 감춰 배우자와 자녀들은 무적자로 살 수 밖에 없는 사안이었다”며 “유사 사건에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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