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6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해상초계기의 저고도·초근접위협비행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19.1.26/뉴스1
한일 초계기 논란이 지난해 12월20일 처음 발생한 이후 군사교류 축소 등 양국 군 당국 간 매듭이 꼬인 상황에서 일본측이 양국 고위급 간 대화 가능성을 시사해 머지 않아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 12월21일 한국 해군 구축함이 해상자위대 P-1초계기를 향해 쐈다고 주장한 이후 동영상과 레이더 탐지음을 공개하는 등 적극 공세를 펼쳤으나 최근 들어서 일방적으로 협의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일종의 ‘무시 전략’이다.
국방부는 지난 24일 P-3 초계기 위협비행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일본은 ‘국제법 및 국내법에 따라 적절히 운용되고 있었다’며 우리측 발표를 부인할 뿐 더 이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계속해서 일본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측은 더 이상 대화에 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치킨게임’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이에 한국 해군은 다음 달로 예정돼 있던 해군 제1함대 사령관의 일본 방문 계획을 연기한 상황.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5차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및 이와야 타케시 일본 방위대신과 가진 한ㆍ미ㆍ일 국방장관 회의에서 손을 맞잡아 보이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18.10.20/뉴스1 이 가운데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쌍방 모두 여론동향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년 시정연설에서 초계기 위협비행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데 이어 이와야 방위상이 ‘냉각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리측에 대해 강경한 대응 자세를 계속해서 견지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야 방위상은 “접촉이나 대화 기회를 통해 한국과의 신뢰 양성을 꾀하겠다”며 “전체 상황이 정돈되면 ‘하이레벨’(고위급)에서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열어뒀다.
이는 일본이 한국과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친 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 등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단 의미로도 해석된다.
27일부터 양일 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7차 풀러톤 포럼’에서 예상과 달리 별도로 한일 간 차관급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가운데 머지 않아 일본측이 국방장관 회담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일각에선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실무급 협의 대신 양국 장관들이 만나 문제를 담판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의 정상이 나설 경우 이 문제가 국제적 외교분쟁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지만 국방부의 수장이 직접 나설 명분은 충분하다.
정부로서는 장관이 먼저 나서 문제를 제기하는 식으로 판을 키우는 것보다 일본의 요구로 격을 갖춘 장관 간 회담 테이블에 오르는 것이 모양새로도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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