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 ‘빈손수사’ 비판에도 ‘살아있는 권력’ 잡았다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30일 17시 15분


코멘트

12번의 특검 중 ‘국정농단’ 이어 성공특검 가능성
‘대통령 복심·유력 대권주자’ 상대로 유죄 끌어내

‘드루킹’ 김모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드루킹’ 김모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빈손 특검’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허익범(60·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이 30일 1심 선고에서 ‘드루킹’ 김동원씨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유죄를 이끌어내며 반전을 이뤄냈다.

최대 쟁점이었던 김씨와 김 지사의 공모관계가 인정됐다. 수사기간에 김 지사 구속에 실패하고 불구속 기소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역대 특검 가운데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유죄를 이끌어낸 보기 드문 특검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이날 오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였던 김 지사는 이날 선고로 법정구속돼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허익범 특검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요구로 지난해 6월 출범했다. 현직 대통령의 ‘복심’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 지사를 상대로 한 수사를 낙관적으로 전망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특검은 같은해 8월 김 지사를 두차례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의 공모관계 여부가 가려지는 첫번째 고비였다.

특검은 김 지사가 Δ매크로를 활용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작업을 인지했지만 묵인했고 Δ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참관하며 드루킹 일당이 댓글조작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Δ이후 드루킹 김씨에게 조작할 기사의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는 등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지사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김 지사 연루 의혹에서 시작된 허익범 특검이 김 지사 공모를 입증하지 못하고 신병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빈손 특검’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은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허익범 특검은 이날 1심 재판에서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의 공모관계를 인정받고, 유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이란 성과도 얻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댓글 작업을 하는 것과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댓글순위를 조작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댓글조작 작업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인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에게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보여준 다음날 드루킹 김씨가 우모씨에게 개발을 지시하고 이후 순차로 킹크랩 개발과 운영 관련한 일이 이뤄졌다”며 “김 지사에게 (킹크랩 개발) 동의를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뉴스기사 URL을 김씨에게 전송해준 점에 비춰보면 댓글 범행 행위에 일부 가담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 관계를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세력을 넘어서 상호 도움을 주고 받음과 동시에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 관계”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센다이 총영사 직을 제안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김씨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댓글조작 범행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있어 결정적 동기나 유인을 제공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허익범 특검이 박근혜정부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에 이어 가시적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1999년 9월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유도 및 검찰총장 옷로비 사건부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까지 총 12번의 특검팀이 구성됐지만 현재까지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것은 박영수 특검팀 정도다.

특히 이날 선고가 최종심까지 이어질 경우 허익범 특검팀은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해 유죄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될 전망이다.

허 변호사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진상규명이라는 국민이 부여한 업무를 공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큰 의미”라며 “앞으로도 남은 절차에 소홀함이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