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커질 이슈였나…이수역 주점 사건이 남긴 것은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29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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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부터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한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이 싸움의 당사자인 남성 3명과 여성 2명 모두 검찰 송치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음주 후 시비가 붙어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일은 빈번하지만, 이번 사건은 ‘성 대결’로 번지면서 특히 논란의 규모가 커진 이례적인 사례다.

경찰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사건에서 촉발된 성 대결 논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당사자들의 진술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11월 자신을 피해자라고 한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주점에서 남성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여성은 주점에서 시비가 붙은 남성들이 자신과 일행을 발로 차고 밀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행은 한 남성이 밀쳐 계단에 머리를 찧으면서 “뼈가 거의 보일 정도로 뒷통수가 깊이 패였다”고 전했다.

또 해당 사건을 알린 글에서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여성에 대해 ‘메갈’이라고 지칭했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온라인에서 증폭된 증오를 힘으로 강제로 누르려 한 여성혐오 범죄다”, “양쪽 힘의 무게를 생각하면 어떻게 쌍방폭행이라고 할 수 있냐”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수역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내용이 청원 등록 됐으며, 1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3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본격적으로 경찰이 A씨(21) 등 남성 3명, B씨(23) 등 여성 2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시작하면서 ‘누가 먼저 폭행을 시작했느냐’, ‘욕설은 어느 쪽에서 먼저 나왔느냐’ 등 시시비비 가리기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사건 초반에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해간 만큼 향후 수사 과정에서 보여진 폐쇄회로(CC)TV 분석 등에서 여성 측이 신체접촉을 먼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짓말을 했다”, “과장이 심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때문에 이수역 주점 사건에서 피해 여성 측 주장을 지지했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적극적으로 연대했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망감을 느꼈다는 이모(35)씨는 “다치고 무서웠을 여성 측 입장은 이해하나 객관성은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결국 술집에서 취해서 싸운 게 본질인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젠더 이슈의 핵심으로 커질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과열됐다고 느낀다는 남성 김모(30)씨는 “그간 개인적인 폭행이나 다툼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들은 온라인에 차고 넘쳤지만, 이번처럼 빠르고 급격하게 이슈에 불이 붙는 것은 처음 봤다”며 “지금 한국 사회가 남녀 갈등에 얼마나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있는지 느껴졌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오모(27)씨는 “이 사건 여론은 그간 여성들이 힘의 우위를 가진 남성들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해온 것에 대한 분노가 쌓여 터져나온 것”이라며 “수사 결과가 어떻든 여성들이 분노한 이유와 과정들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누적된 문제 의식이 표출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온다. 우리 사회에 고정된 성 관념이 깨지는 패러다임 전환의 과도기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해석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건 초반에 ‘머리 짧은 여자’ 등 탈코르셋으로 공격 받은 내용에 대해 (지지한) 여성들이 분노한 부분이 있다. 결국 남녀 갈등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이 그간 사회에서 요구되는 상을 거부하면서 커진 논란”이라며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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