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때문에 저유소 대형 화재 발생?…전문가 “가능성 충분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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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9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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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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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한 저유소 휘발유 탱크 폭발 사고는 20대 스리랑카인이 날린 열기구(풍등)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시민들은 풍등 하나 때문에 어떻게 대형 화재가 일어났느냐고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고 말했다.

이용재 교수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축소 모형실험이라든지 좀 더 정밀한 조사에 의해서 최종 확인되겠지만 일단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8일 고양저유소 화재와 관련해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남성 A 씨(27)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전날 오전 고양저유소에서 500m 이내에 있는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사고 발생 약 15분 전 불을 불인 풍등을 날렸다. 풍등은 바람을 타고 고양저유소 내 잔디밭에 떨어졌다. 불은 잔디를 태운 뒤 저유탱크 9곳의 유증환기구 중 한 곳을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붙어 화재 및 폭발의 원인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이럴 수가 있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 왜 그러냐 하면 풍등이라는 게 불씨다. 그런데 저장 탱크 바로 인근에 보통 수 미터 이내에 유증기 통기관이라는 게 있다. 그 통기관이라는 게 저장소 내에 있는 유증기를 외부로 배출시켜서 저장 탱크를 안정화시키는 그런 기능을 하는 건데, 잔디 쪽인 지면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운이 나쁘게 거기서 유증기가 배출되는 상태에서 아주 가까운 위치에 풍등이 떨어지게 되면 그 불씨가 아주 작다 하더라도, 심지어는 스파크 같은 그런 작은 불똥도 유증기에 떨어지게 되면 그게 바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풍등의 작은 불도 그 인근에만 떨어졌다라고 하면 충분히 그게 발화원이 될 수 있다. 정말 확률적으로 보면 홀인원 한 상태에서 골프공 꺼낼 때 번개에 맞을 정도로 확률이 굉장히 낮은,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긴 거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A 씨는 비전문취업비자를 취득한 뒤 서울∼문산고속도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건설노동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8일 고양저유소 인근 전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던 중 해당 장면을 발견하고 A 씨를 추적해 오후 4시 30분경 덕양구 강매동의 한 야산에서 그를 체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풍등을 구입해 날렸지만 저유소를 노린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 씨는 저유소에 불이 난 것을 알면서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A 씨가 화재로 연기가 나는 것을 본 뒤 서성거리다가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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