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중 건물, 소방설비 전혀 없어… 유독가스에 또 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세종시 주상복합 공사장 화재… 근로자 3명 사망, 소방관 3명 등 40명 중경상

26일 세종시의 지상 37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3명이 숨지고 소방관 3명을 포함해 40명(오후 11시 현재)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형 가림막과 자재가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가 심하게 발생했지만 공사 중이라 소방시설이 없어 피해가 커졌다.

이날 오후 1시 16분경 세종시 새롬동 2-2 생활권 H1블록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지하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공사장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불이 난 곳은 대전지역 건설업체인 부원건설이 시공하는 주상복합아파트다. 지하 2층, 지상 37층, 528채 규모다. 12월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는 시공사를 비롯해 하청업체 10여 곳의 근로자 169명이 건축재 마감과 페인트 작업 등을 하고 있었다. 불이 난 지하에서는 승강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소방당국과 목격자에 따르면 지하 승강기 공사 현장 부근에서 지게차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번졌다고 한다. 지상에도 검은 연기가 급속히 퍼지면서 내부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급하게 대피했다.

세종시소방본부는 대전과 충남 공주, 충북 청주 등 주변 소방인력 200여 명과 소방차 40대, 소방헬기 2대 등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고가사다리와 소방헬기를 이용해 옥상 등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근로자를 구조했다. 그러나 건물을 둘러싼 대형 가림막과 현장에 쌓인 가연성 단열재 등이 불에 타면서 진화와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치 화산 폭발을 연상케 할 정도로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퍼졌고 뜨거운 열기가 주변 300m 거리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공사 중인 건물이라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정모 씨(53) 등 3명은 화재 발생 4시간 40분 만에 지하 1층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구조 과정에서 소방관 한 명은 4, 5m 깊이의 맨홀에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다른 한 명은 추락한 동료에게 공기호흡기를 건네주고 자신은 유독가스를 마셔 치료를 받고 있다. 자력으로 탈출한 근로자들이 뒤늦게 병원을 찾고 있어 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크랙(금) 보수와 페인트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휘발성이 강한 에폭시(접착제의 한 종류)가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직전 폭발이 있던 것으로 보아 용접 작업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방당국은 “정밀 수색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기술안전정책관을 실장으로 하는 상황실을 구성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공사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세종=이기진 doyoce@donga.com·김태영 / 서형석 기자
#신축중 건물#소방설비#유독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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