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튀어나오고 시력 떨어지는 ‘갑상샘 안병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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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강성모 안과교수의 ‘안와감압술’
코 내시경 이용해 합병증 최소화… 입소문 나며 전국서 환자 몰려

지난해 2월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 반복되던 배모 씨(61·여)는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갑상샘 기능 항진증 진단을 내렸고 약을 지어줬다. 1년 가까이 약을 복용하던 올 초, 갑자기 눈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면서 양쪽 시력이 1.0에서 0.1로 급격히 떨어졌다. 찾아간 다른 병원 몇 곳에서는 “염증이 생겼다”며 약을 처방했지만 부은 눈은 가라앉지 않았다. 시력은 더욱 나빠져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색깔조차 구별하기 어려웠다.

배 씨는 수소문 끝에 인하대병원 안과를 찾았다.

배 씨를 진찰한 인하대병원 강성모 교수(안과)는 갑상샘 안병증에 의한 압박성 시신경병증이라고 진단했다. 시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강 교수는 코 내시경을 이용한 안와(眼窩·머리뼈 속 안구가 들어가는 공간) 감압술을 시행했다. 코 내시경을 이용하면 의사가 시신경을 보면서 수술할 수 있어 시신경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출혈이나 감염을 비롯한 합병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배 씨는 수술을 마친 뒤 원래 시력을 되찾았다. 튀어나온 눈도 많이 들어가 현재 일상생활을 하는 데 거의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최근 걸그룹 EXID 솔지가 안와감압술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 환자의 약 20%는 갑상샘 안병증을 동반한다. 이 중 약 60%가 안구 돌출 증세를 보인다. 처음에는 안구가 튀어나오면서 눈꺼풀 부종(浮腫·붓는 것)이 생기거나, 뒤로 밀려나 놀란 눈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큰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아 대인 관계가 어려워지거나, 복시(複視·물체 한 개가 두 개로 보이거나 그림자로 인해 이중으로 보이는 증상)가 심해져 정상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여성이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코 내시경을 이용해 안와감압술을 시술하는 국내 대학병원의 유일한 전문의다. 2015년 코 내시경 안와감압술 시행에 처음 성공한 뒤 최근까지 약 70명을 수술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들이 제주도에서까지 몰려들고, 얼굴 미용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 환자들의 수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보험을 적용받아 수술 비용은 100만 원 안팎이다. 수술 후 네댓새 입원하면 퇴원할 수 있다.

강 교수는 “갑상샘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으면 아주 서서히 눈에 변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안구 돌출이 의심되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에게 안압, 시력, 안구 돌출지수 등을 점검 받아야 한다”며 “담배를 피우면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금연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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