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서지역 응급환자 살리는 인하대병원

  • 동아일보

[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화재를 진압하던 중 연기를 과다 흡입해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박만직 씨(오른쪽)가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춘 치료실에서 윤나너 응급구조사와 대화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화재를 진압하던 중 연기를 과다 흡입해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박만직 씨(오른쪽)가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춘 치료실에서 윤나너 응급구조사와 대화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 옹진군 자월도의 한 가정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가정집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만직 씨(71)는 불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뒷산으로 번지자 혼자 진화에 나섰다. 소방차가 도착하지 않았지만 불이 번지면 순식간에 뒷산을 송두리째 태울 수 있어 홀로 화재 진압에 착수했다. 그러나 불길이 잡히려는 순간 연기에 질식해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119응급헬기에 실려 인하대병원으로 보내졌고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초기 치료를 받은 뒤 고압산소치료실에서 전문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이 지나지 않아 건강을 회복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인천에서 인하대병원에만 설치돼 있다.

옹진군 백령도에서 농사를 짓는 이성춘 씨(77)는 8일 오후 4시경 얼어붙은 논을 걷다 미끄러져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기상 악화로 구조 헬기가 뜨지 못해 9일 오전 6시 30분경 헬기를 타고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이 씨의 아내 김선매 씨(83)도 2015년 6월 뇌 이상 증세로 사지가 뒤틀리고 몸을 가누지 못해 헬기로 인하대병원에 긴급 이송된 적이 있다. 당시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김은영 교수가 혈종 제거 수술을 했다. 집중치료실로 옮겨진 김 씨는 1주일 만에 회복됐다.

인천 도서지역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 대응 시스템을 갖춘 인하대병원과 119구급대가 헬기를 가동한다. 인하대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인천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두 센터는 도서지역과의 유기적인 핫라인을 가동해 도서민의 생명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 인하대병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년 1월∼2017년 11월 27일) 헬기를 이용해 인하대병원에 도착한 환자가 306명이다. 월평균 약 8.7건의 응급처치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중 서해 5도를 포함한 옹진군 도서지역 주민이 149명(약 48.6%)을 차지했다.

헬기를 이용해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서지역 응급환자 수는 증가 추세다. 최근 5년간(2012년 1월∼2017년 11월 27일) 491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월평균 약 6.9명. 이 중 옹진군 주민이 47.2%(232명)다. 헬기를 이용한 응급환자는 두개 내 손상, 급성 심근경색증, 뇌경색 등의 질환이 많았다.

인하대병원은 헬기장(헬리포트)이 지상에 마련돼 있다. 응급실까지 이송 시간이 빠르다. 병원 당직 전문의와 도서에서 근무하는 담당의사(공보의)의 ‘교수 직통 핫라인’으로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한다. 적절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김영모 인하대병원장은 “인하대병원은 서해에 가장 근접한 상급 종합병원이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상에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중형 헬기장을 보유하고 있다. 체계적인 응급의료체계를 바탕으로 권역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대병원#인천 도서지역 응급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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