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의원 비판에 당혹, 이국종 교수 “이런 상황까지 와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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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22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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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치료 중인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일각에서 “인권 침해·의료법 위반”지적이 제기 되는 등 자신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앞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교수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국종 교수님께서는 15일 기자회견 당시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셨으며,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 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씀하셔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며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썼다.

이에 이 교수는 22일 오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아주홀에서 진행한 2차 브리핑에서 “오늘 환자에 대한 브리핑은 거의 없을 거다. 최근 며칠 동안 벌어졌던 일련의 문제들 때문에 저희 병원장님께서 굉장히 격노하셨다”며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외상센터 지을 때 병원장님을 면담한 횟수보다 이 환자분 일주일 치료하는 동안에 병원장님께 호출을 받은 게 더 많다고 생각될 정도로 (많이 불려가)저희 (외상센터)기관 자체가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칼을 쓰는 사람이다. 외과의사가 쓰는 칼과 살인자들이 쓰는 칼은 잡는 각도만 다르다고 할 정도다”며 “의학의 전체 영역에서 외과의사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아주 특화돼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저희는 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를 못하면서 ‘말의 잔치’가 돼버리는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그걸 헤쳐나갈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여러들께 충분히 환자에 대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서 제가 굉장히 자괴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환자가 수술 딱 끝나는 그 다음 날 눈을 뜨고 금방 걸어 나와서 퇴원하고 이렇게 하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지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여러분들은 그 환자분한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제가 어제 밤에 출동해서 데리고 온 그 수술한 환자. 지금 저희 경기소방항공대, 이 기상에 출동하는 경기소방항공대 파일럿들하고 크루, 저희 외상센터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 환자는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저희들한테 그런 환자들이 150여 명이 있다”며 “저는 그냥 정책의 도구로서 여기에 적어도 사선을 넘어 들어온 중증외상환자를 잘 치료해야 된다는 그런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 귀순한 북한 병사가 죽음을 무릅쓰고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자기 몸에 4발 이상을 맞아가면서 거의 죽어가면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왔지 중증외상환자가 갈 데가 없어서 수용을 못 하거나 환자분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려고 한국에 온 건 아닐 것이다”며 지엽적인 논쟁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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