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의료진 인권은 없는가?…北 병사 분변 얼굴에 튀면서 진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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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22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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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국종 교수(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진=이국종 교수(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귀순한 북한 병사의 상태를 밝힌 이국종 아주대학교 교수가 “환자 정보 공개는 인권 침해·의료법 위반”이라는 비판에 대해 “의료진의 인권은 없느냐”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국종 교수는 “북한 병사를 비롯해 중증외상 환자가 들어오면 수술실·소생실이 피범벅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만약 의료진의 발에 상처가 있으면 간염 등의 감염병에 항상 걸릴 우려가 있다. 북한 병사의 분변·피가 얼굴에 튀면서 진료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과 일부 여론은 이 교수가 지난 15일 북한 병사의 수술 경과와 건강 상태를 밝힌 것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비판해왔다. 특히 김 의원은 17일과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병사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 “이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지적해 도마에 올랐다.

매체에 따르면, 이 교수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런 비판이 있으니 간호사들이 그만둔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외상 전문의 지원자도 줄어든다”며 “북한 병사 인권만 있냐. 피 뒤집어쓰고 이렇게 하는데 깊은 자괴감이 든다. 환자 치료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힘들다. 한국 환자들도 100%사전 동의서를 받고 수술 사진 등을 학회에 활용한다. 북한 병사도 곧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의 인권’에 대해선 “헬기 탈 때마다 다리 긁혀서 수술 들어간다. 에이즈 환자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수술한 적도 있다”며 “간호사들과 헬기 후송 비행하다가 간호사가 유산한 적이 있다. 얼마 전 손가락 부러진 간호사가 사직했다. 손가락 부러지고 유산하고 그럴 때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저도 어깨 부서졌다”고 답했다.

또 이 교수는 “정작 인권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중증외상센터 직원들, 한국의 모든 병원들은 영미권 병원에 비해 직원을 3분의 1분밖에 고용 않는다”며 “우리가 노력해서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그 꼴 보자고 북한군 병사가 목숨 걸고 탈출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국종 교수는 이날 북한 병사 상태에 대한 2차 브리핑에서 “외부에서 나쁜 의견이 제기됐을 때 저희와 같은 작은 신생 외과 대학은 견뎌낼 힘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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