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러브 트럼프” “노 트럼프”… 차량행렬 사이로 구호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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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반대측 광화문 등서 집회

10,000 대 5,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 참석자 숫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집회에 1만 명이 모였다. 반대 측은 5000명이 모였다. 양쪽 모두 주최 측 추산이나 환영 인파가 반대쪽을 압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반대 측 단체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강도 높은 행동을 예고했지만 이날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경찰 대응도 평소와 달랐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차벽이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회 현장에 경찰 차벽이 설치된 건 처음이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와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주변 등에 195개 중대 1만5600명과 경호인력 6300여 명 등 모두 2만1900여 명을 배치했다.

○ 차벽과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는 당초 경찰 계획에 없었다. 그 대신 광화문광장 도로 양편으로 철제 펜스가 이중으로 설치됐다. 다행히 오전에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 도착하기 전인 오전 11시경 ‘노(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부위원장은 “트럼프가 온다고 황제 대관식이라도 하듯 붉은 카펫을 깔고, 반대 목소리는 얼씬 못 하게 만드는 게 촛불 명령이었나”라며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동시에 비판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사드 반대’ 단체들도 경찰에 가로막히자 “촛불 민심을 왜 막느냐”며 격렬히 항의했다.

오후 1시 15분 민중당 등 일부 시위대가 광화문광장으로 진입하겠다며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경호구역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돌아서 들어가라”는 경찰의 요청에 “그럼 여기서 집회를 하겠다”고 반발하며 광장 남단 세월호 농성장 앞에 주저앉았다. 이들은 주황색으로 ‘NO TRUMP’라고 쓴 작은 깃발을 품에서 꺼내 흔들며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광장 옆을 통과하기까지는 불과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급해진 경찰은 버스 23대를 동원해 광화문광장 중앙부터 남단까지 ‘ㄷ’자로 에워쌌다.

공동행동 측은 “차벽을 세운 문재인 정부는 이제 촛불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방문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호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설치한 것이다. 집회는 정해진 장소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 10분경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광화문광장을 지나자 공동행동 등 ‘반트럼프’ 단체들은 “게 섰거라 트럼프” “트럼프는 꺼져라” 등 고성을 질렀다. 오후 7시부터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에서는 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막자”는 발언이 쏟아졌다. 경찰은 만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을 향해 시위대가 날계란 등을 투척할 것에 대비해 그물망을 든 채 이들을 제지했다. 오후 10시 30분경 만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에 시위대가 몰린 것을 의식한 듯 반대편 미대사관 쪽 도로를 통해 광화문광장을 빠져나갔다.

○ ‘No 트럼프’ vs ‘Yes 트럼프’

이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 환영 측 시위대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흔들며 열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내부에서 손을 흔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행렬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경찰이 막아서 볼 수가 없다”며 항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그랜드하얏트호텔에도 250여 명이 모여 “위 러브 트럼프”를 외쳤다.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을 사이로 찬반 시위대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대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반대 측 시위대가 “노 트럼프”라고 외치면 찬성 쪽에선 “예스 트럼프”라고 맞받아쳤다. “전쟁 위협 트럼프 물러가라”는 반대 측의 구호가 나왔을 땐 찬성 측에서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평택시민행동 회원들이 찬성 측과의 충돌을 우려해 거리 행진을 취소하기도 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김배중 / 평택=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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