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징역 2년6개월 구형… 11월 15일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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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 없어”… 정, 결심 공판서 안타까움 토로

“우리 정치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사진)은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대통령을 더 잘 모시지 못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박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에서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집에 못 가고 사무실 소파에서 눈을 붙였다가 새벽 5시 20분쯤 청와대 본관 청소하시는 분들 들어오는 소리에 잠을 깨던 나날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공직에 있는 동안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고 지냈는데 그런 노력이 헛되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을 넘겨준 건 사실이지만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지인에게 의견을 묻는 건 통치행위의 일환”이라며 “그런 건 과거 대통령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과정에서 과했던 점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됐다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나라를 위하고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 최 씨의 행동과 연결돼 이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통탄스러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또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실정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담담히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청와대 기밀문서 등을 넘겨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지난해 11월 20일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앞서 5월 정 전 비서관 사건 심리를 끝냈지만 공범인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결론을 내기 위해 그동안 재판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사임으로 재판 차질이 불가피해지자 이날 정 전 비서관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11월 15일 열린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정호성#박근혜#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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