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설문 ‘원전 중단-재개’ 택일… 최종결과 쏠림 나타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3시 00분


[신고리 시민참여단 토론 종료]

15일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한 시민참여단이 폐회식을 마치고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연수원의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론화위는 사흘 동안 합숙토론을 마친 후 진행된 4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작성해 20일 발표한다. 
천안=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5일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한 시민참여단이 폐회식을 마치고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연수원의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론화위는 사흘 동안 합숙토론을 마친 후 진행된 4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작성해 20일 발표한다. 천안=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해진 토론 시간에만 원자력발전소 얘기를 한 게 아닙니다. 밥 먹으면서도, 커피 마시면서도, 방에 누워서 룸메이트와도 신고리 5, 6호기 원전 이야기를 했어요.”

471명의 시민참여단으로 참가한 남궁엽 씨(48)는 목발을 짚느라 땀을 흘렸지만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다쳤는데도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위해 고통을 견디며 2박 3일간의 합숙에 참여했다. 남궁 씨는 “치열하게 토론했고 후회 없는 결정을 했다”고도 했다.

시민참여단은 13∼15일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연수원 계성원에서 진행된 합숙토론을 마쳤다. 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절반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토론 과정에서 의견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은 사실상 이들의 뜻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참여단의 4차 여론조사까지 마무리되면서 3개월 일정의 공론조사는 20일 최종 권고안 발표만 남겨두게 됐다.

○ 참가자 40%는 의견 바꾼 듯

4차 여론조사 설문지는 의견 유보 없이 공사 중단과 재개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1∼3차 조사에서는 △공사 중단 △공사 재개 △판단하기 어렵다 △잘 모르겠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론화위는 “유보 의견을 줄이기 위해 양자택일 질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4차 여론조사를 끝내고 만난 시민참여단 16명 중 7명(약 42%)이 1차 조사와 4차 조사에서 각각 답변을 다르게 했다고 밝혔다. 공사 재개에서 중단으로, 또는 그 반대로 의견을 바꾼 것이다. 2명은 중립이었으나, 공론조사를 거치면서 생각을 정했다. 나머지(6명)는 기존 의견을 고수했다고 소개했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다른 나라의 공론조사에서도 토론과 숙의과정을 통해 참석자의 약 40%가 의견을 바꾼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공사 중단과 재개의 비율이 엇비슷했다. 하지만 합숙토론을 거친 시민참여단의 최종 조사에서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참여단 중 일부는 합숙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 다른 참석자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완 씨(35)는 “자신의 의견이 확고한 사람들은 토론 때나 자유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말했다. 원전에 대해 정확히 모르거나 중립적인 사람들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모 씨(31)는 “의견이 같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통하는 게 있다 보니 나중에는 서로 뭉치는 모습도 보였다”고 귀띔했다.

참석자들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 국책 사업에 대해 결정하는 전례 없는 실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민호 씨(35)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는데, 사람들이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는 것을 보며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영자 씨(65·여)는 “논의 대상인 신고리 5, 6호기 공사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 “자신 생각과 다른 결과라도 존중해 달라”

공론화위는 20일 발표할 최종 권고안 작성을 위해 16일부터 서울 모처에서 외부와 접촉을 끊고 합숙에 들어간다. 1차 여론조사 결과의 성별, 나이, 지역 분포를 반영해 2∼4차 여론조사 결과를 일부 수정한다.

공론화위는 권고안 작성 방향의 핵심이 될 의견 분포 오차범위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공론화위가 오차 범위를 ±3%로 정하면, 건설 중단과 재개 비율이 54% 대 46%로 나왔을 때 그 차이가 8%포인트가 되면서 건설 중단을 결론으로 한 권고안을 작성하게 된다. 반면 답변 비율이 52% 대 48%로 나오면, 결론을 유보하고 모든 의견을 반영해 권고안을 만든다. 김 위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또는 재개라는 위대한 선택을 했다. 자신의 선택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세계 원전 운영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를 16일부터 1주일 동안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연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WANO의 요청으로 발표 내용은 모두 비공개하며, 현장 취재도 불가하다”고 말했다.

천안=이건혁 gun@donga.com·박희창·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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