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인권조례 ‘동성애 조장’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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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옹호 인권조례 폐지하라” 기독교단체 19일 대규모 항의집회… 일부 시민단체는 조례 존치 요구

올해 초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항의방문한 충남기독교총연합 대표들이 피켓을 들고 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초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항의방문한 충남기독교총연합 대표들이 피켓을 들고 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충남도가 2012년 제정한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기독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성시화운동본부 등은 19일 충남도청 앞에서 이 인권조례의 폐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이 단체들은 최근 10만 명 도민의 인권조례 폐지 서명을 받았다. 앞서 2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항의 방문해 조례 폐지를 요구한 데 이어 4월에는 조례 폐지를 충남도의회에 공식 청구했다. 충남지역 시군에는 ‘동성애 옹호하는 충남 인권조례 폐지하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렸다.

인권조례 가운데 문제가 된 부분은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전과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도민 인권선언 제1조다. 충남도 관계자는 “성적으로 누구나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무엇을) 조장한다든지 하는 적극적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은 이 조항 가운데 ‘성적지향’ 등이 동성결혼을 옹호하고 일부일처제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남지역 시민단체들이 충남인권조례를 지켜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충남지역 시민단체들이 충남인권조례를 지켜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그러나 기독교계의 일부와 다른 종교단체, 시민단체는 “일부 개신교 단체가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인권조례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천주교, 대한불교조계종, 원불교 등이 충남도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들 종교단체의 충남지역 지도자들은 8월 안 지사를 만나 “인권조례를 통해 도내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과 증진에 더욱 힘써야 한다”며 지지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모든 인류의 화합과 공존공영을 염원하며 자비와 사랑의 실현을 추구해 온 우리는 충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조례 폐지운동에 대해 크나큰 우려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충남청소년인권더하기 등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충남 인권조례 지키기 공동행동’을 구성해 폐지 운동에 맞서고 있다.

성적 지향 등의 내용이 담긴 인권조례는 국가인권위가 관련 법을 제정한 뒤 2012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시도들이 인권조례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전국적으로 인권조례 폐지 청원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충남에서만 공식적으로 조례 폐지 청구가 이뤄지고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안 지사가 올해 초 경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연예인 홍석천 씨와 토크쇼를 한 데다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일부 기독교계의 반발을 다소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권조례 폐지 청구를 심사할 충남도의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남도의회 일부에서는 “도의원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인 득실 계산을 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인권조례#동성애#동성애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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