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A 대는 올해 신입생들로부터 입학금 명목으로 총 40억7950만 원을 거둬들였다. 이 가운데 44%에 달하는 17억9226만 원은 입학관련 업무와 상관없는 일반적인 학교 운영비로 쓰였다. 정부의 압박 속에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사실 상 수년 째 ‘0%’에 묶여있다 보니 감시가 덜한 입학금을 가능한 한 많이 거둬 부족한 재정을 충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7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립대 입학금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는 입학금 수입의 평균 33%가량을 A 대처럼 일반 운영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등록금과 대입전형료에 이어 대학의 입학금 산정에도 칼날을 겨누고 있는 교육부는 지난달 사립대로부터 올해 입학금 사용 내역을 제출받았다.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개 교 가운데 80곳이 조사에 응했는데,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형 사립대는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립대 80곳의 입학금 사용 내역을 보면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행사비로 5% △신입생 진로·적성검사, 적응프로그램 등 학생지원경비에 8.7% △홍보비에 14.3% △신·편입생 장학금에 20%가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14.2%는 입학관련부서 운영비로 지출됐으며 33.4%는 일반운영비에 포함시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미경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지금까지는 입학금 규정에 꼭 입학과 관련된 돈만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이 자의적으로 입학금을 산정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폐지 요구가 큰 만큼 입학금의 실사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하게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입학 실비용을 정하고 그에 따른 입학금의 단계적 감축 방안을 사립대와 협의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순수한 입학 실비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향후 좀 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일반 운영비 외에도 입학관련부서 운영비와 장학금 등이 과연 입학 관련 비용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3일 전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단 소속 대학의 기획처장 20여명과 함께 입학금 관련 방침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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