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아내, “기억 안나는데…” 잦으면 질환 의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가족이 적극 나서야 알코올의존 예방
재활용 상자에 술병 많은지 체크… 함께 치료 받으면 재발억제 효과

“당신 아내는 안녕하신가요?”

전문가들은 여성 알코올질환 의심환자의 남편에게 이렇게 물으면 십중팔구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한다. 아내가 술을 즐기긴 하지만 주사는 거의 없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랜 기간 몰래 이어온 음주 습관이 의존 단계로 접어든 사례가 많다.

술을 좋아하는데 “그게 뭐였지”라거나 “아는 건데 생각이 안 난다”며 질문에 대답하는 속도가 전보다 느려지고 쉬운 정보를 빨리 기억해내지 못하면 알코올질환을 의심할 만하다.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한자리에서 소주를 5잔(남성은 7잔) 넘게 마시면 알코올의존증 고위험군으로 본다. 이 같은 양을 오랜 기간 마시면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뇌에 저장된 정보를 인출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알코올성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술 냄새, 재활용 상자에 쌓이는 술병도 음주 습관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이지만 남편이 이를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통상 이를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는 가족은 남편보다는 자녀라고 한다. 귀가 시간이 빠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자녀에게 아내를 돕기 위한 것임을 알리고 술과 관련된 대화를 자주 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 단계에서는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지난해 퇴원환자 375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이 함께 ‘중독 탈출’ 교육을 수료한 환자는 그러지 않은 이들보다 퇴원 후에도 치료를 지속할 가능성이 3배나 높았다. 이는 재발의 억제로 이어진다. 퇴원 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평균적으로 6개월 내에 다시 술을 마셨지만,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단주(斷酒)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났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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