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 보험금 노려 아내 살해’ 또 반전… 대법, 무죄취지 환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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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불명확… 고의사고 증거 없어”… 1심 무죄→ 2심 무기징역서 뒤집혀

2014년 8월 23일 오전 3시경,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천안삼거리 휴게소 부근. 이모 씨(47)가 몰던 그랜드스타렉스 승용차가 갓길에 서 있던 8t 화물차의 왼쪽 뒤편을 들이받았다. 캄보디아 출신인 이 씨의 부인(당시 25세)과 배 속에 있던 7개월 된 태아는 타고 있던 조수석 쪽이 완전히 찌그러지면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씨의 부인은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였다.

처참한 사고였지만 당시 이 씨가 앉아 있던 차량 운전석은 크게 망가지지 않았다. 계기판이 운전석 쪽으로 조금 밀려 들어간 정도였다. 평소 안전벨트를 잘 매지 않던 이 씨는 이날은 숨진 부인과 달리 안전벨트를 맸다. 그 덕분에 이 씨는 무릎 타박상 정도만 입고 살아남았다.

단순 교통사고로 끝날 뻔했던 이 사고는 이 씨가 아내 명의로 26건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 씨가 사고 당시 매달 납입하던 보험료는 360만 원에 달했고 부인의 사망으로 받게 된 보험금은 95억 원이나 됐다. 결국 이 씨는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재판에서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난 것이며 고의로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 씨가 지인에게 설명한 사고 경위가 실제 사고 내용과 차이가 있고, 조수석이 운전석보다 더 심하게 부서진 점 등을 볼 때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증거가 부족하고 이 씨가 살인을 할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사고를 낼 만큼 급하게 돈이 필요하지 않았던 점 △숨진 부인 명의의 보험 가입이 6년에 걸쳐 꾸준히 이뤄진 점 △이 씨 스스로도 사고로 생명을 잃거나 크게 다칠 수 있었던 점을 무죄 판단 이유로 들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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