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의 뽑기 달인 “기계마다 설정된 패턴 있어” 이것만 파악하면 게임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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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의 뽑기 달인 “2시간만에 200개 뽑았다”
“노하우 익히려 그만큼 돈 써”
업주 신고로 경찰 조사까지 받아

2월 대전 인형뽑기방에서 남성이 인형을 뽑고 있는 폐쇄회로(CC)TV 화면. 당시 이 남성과 다른 한 명은 2시간 동안 200개를 뽑았다. 대전서부경찰서 제공
2월 대전 인형뽑기방에서 남성이 인형을 뽑고 있는 폐쇄회로(CC)TV 화면. 당시 이 남성과 다른 한 명은 2시간 동안 200개를 뽑았다. 대전서부경찰서 제공
일명 ‘경산 BMW’는 인형 뽑기의 달인으로 유명세를 치른 인물이다. 경북 경산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 비싼 외제차를 타고 와 인형을 뽑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나 ‘경산 BMW’의 주인공 A 씨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외제차를 타고 다닌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인형 뽑기의 달인인 건 인정했다.

A 씨는 2월 초 대전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다른 남성과 함께 2시간 만에 인형 200개를 뽑은 뒤 사라졌다. 업주가 신고하면서 A 씨는 경찰에 출석해 조사까지 받았다. 그는 “인형 뽑기를 잘하는 것도 죄가 되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 씨는 “당시 자신이 뽑은 인형 120여 개를 위해 수십만 원을 썼다”고 말했다.

인형 뽑기 노하우를 묻자 A 씨는 “처음에는 업주가 설정한 패턴을 알기 위해 수십 번 시도를 해야 한다”며 “그만큼 돈을 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기계에 설정된 패턴을 파악하면 그 뒤에는 쉽게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계가 다 이런 식으로 뽑을 수 있는 건 아니다”며 “2년 정도 인형 뽑기를 하다 보니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건을 맡은 대전서부경찰서는 A 씨 등 2명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등 2명이 기기를 조작해 매 게임 인형을 뽑은 게 아니고 일부는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확률 게임인 인형 뽑기 특성상 뽑는 횟수가 많다고 해서 처벌하기에는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패턴을 통해 손쉽게 인형을 뽑을 수 있는 기계가 대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원정’을 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식의 패턴 조작이 특정 기계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기종이 대전에 많다는 것을 두 남성이 듣고 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 이후 추가로 접수된 유사 사건 신고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2월 23일 신고가 접수된 사건이지만 경찰은 한 달이 넘도록 처벌 여부를 두고 고심한 끝에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에게도 자문하는 등 다각도로 검토해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전례가 없었던 ‘뽑기 인형 절도’ 신고에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다 예상해 기계를 만들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감독기관이 제조 단계부터 철저히 관리감독을 해야 이런 문제가 안 생기지 않겠냐”고 하소연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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