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살해 소녀의 엽기행각… “시신 일부 SNS친구에 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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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추정 17세 여고자퇴생 “종이봉투에 담아 서울 찾아가 좋아할것 같아 선물했다” 진술
18세女 사체유기혐의 긴급 체포… “뭔지몰라 쓰레기통에 버렸다” 부인
잔혹 영상 공유하는 채팅앱서 만나… 트위터 계정서 범행모의 정황
경찰, 美본사에 대화방 자료 요청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공원에 마련된 ‘8세 여아 살해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꽃다발이 놓여 있다. 벤치 옆 기둥엔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인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공원에 마련된 ‘8세 여아 살해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꽃다발이 놓여 있다. 벤치 옆 기둥엔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인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난달 인천의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잔혹하게 살해한 여고 자퇴생(17)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18세 여성에게 훼손한 시신의 일부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2월 알게 된 이들은 고어물(gore物·사람을 잔혹하게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는 영상이나 사진) 채팅 애플리케이션(앱)과 트위터를 통해 엽기적 살인 관련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2월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한 A 양(무직)을 사체 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양은 지난달 29일 인천 연수구의 공원에서 초등생을 유괴해 살해한 B 양과 같은 날 오후 5시 45분경 서울 모처에서 만나 시신 일부가 든 갈색 종이봉투를 건네받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B 양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A 양이 좋아할 것 같아 시신 일부를 선물로 줬다”는 진술을 받고 주소지를 추적해 10일 A 양을 붙잡았다. A 양은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만났을 뿐 B 양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몰랐다. 봉투에 시신이 들어 있는 줄도 몰랐고 집 근처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물인 줄 알았다고 하면서 내용물을 확인도 하지 않고 버렸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조현병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B 양이 A 양에게 선물이라며 건네기 전까지 약 3시간 동안 이들은 시신 일부가 든 봉투를 손에 들고 군것질을 하며 돌아다녔다.

이들은 2월부터 ‘고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테마 채팅 앱과 트위터에 만든 별도의 계정에서 가상의 엽기적 범행을 모의하거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잔혹한 영상, 사진을 돌려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계정은 범행이 알려진 뒤 삭제됐다. 경찰은 트위터 미국 본사에 이 계정의 대화방에서 이들이 주고받은 내용, 이들 말고 다른 사람들도 참여했는지 등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A 양은 채팅 앱 내용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 양이 범행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크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다만 A 양이 B 양의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B 양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디지털포렌식(디지털 데이터 같은 정보를 과학적으로 수집 및 분석하는 것)으로 분석해 범행 이전에 휴대전화로 숨진 초등생의 학교 하교 시간을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사실을 밝혀냈다. ‘살인’과 ‘엽기’라는 단어를 자주 검색한 사실도 확인했다. 평소 자주 본 동영상이나 책에 시신을 훼손하거나 현장의 증거를 없애는 방법 등의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한편 숨진 초등생에 대한 주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초등생이 유괴된 공원 한쪽의 작은 추모 공간에는 꽃다발, 곰돌이 인형, 초콜릿 젤리 같은 간식이 놓여졌다. 벤치 옆 기둥에는 ‘일찍 아기 천사가 된 우리 친구에게 한마디 써 주세요’라는 제목의 임시 게시판이 마련됐다. 게시판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천국 가서도 잘 지내야 돼!’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 등의 글을 적은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묵념하는 시민도 있었다. 10일 오후 한 남성은 추모 공간 앞에 서서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린 뒤 성호를 긋기도 했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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