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동영상에 멍드는 10대들 영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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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살인’ ‘엽기’ 검색하면 끔찍한 장면 주르르

‘인육은 어떤 맛일까.’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사형법 TOP 10.’

11일 유튜브에 ‘살인’이란 단어를 검색하자 쏟아진 동영상의 제목이다. 일부 게시물에는 ‘공포 혐주의(혐오 주의의 약자)’ ‘극혐’ 등의 문구가 보였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설명하기 힘든 끔찍한 영상들이 이어졌다. 칼로 난도질당한 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돼지, 사람의 잘린 손가락과 두 갈래로 찢긴 혓바닥 사진 등 엽기적인 콘텐츠들이 난무했다.

일반 포털 사이트도 마찬가지. ‘엽기’ ‘참수’ 등의 단어만 검색해도 관련 사이트와 영상물, 사진 등이 곧바로 떴다. 모자이크 처리나 부분 편집 조치가 없는 날것 그대로의 영상도 많았다. ‘IS 참수’란 제목의 동영상에선 인질의 목이 칼에 잘리는 모습이 그대로 재생됐다.

요즘 음란물 못지않게 청소년이 많이 접하는 온라인 콘텐츠의 주제는 ‘엽기’다. ‘자유로 귀신’ 같은 괴담은 양호한 수준. 어른도 보고 나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 정도의 영상이 넘쳐난다. 11일 여성가족부의 ‘2016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4명(41.5%)이 “1년 사이 ‘성인용 영상물’(음란 폭력 잔혹물 등)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3년 7월 경기 용인시의 한 모텔에서 당시 19세 남성이 1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 남성은 평소 공포영화 ‘호스텔’(2005년)을 즐겨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호스텔에는 토막살인, 시체 해부 장면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에게 이런 자극적인 영상물은 ‘모델링 효과’(범행을 따라 하는 것)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인천 여아 살해 사건의 피의자는 조현병 경력도 있는 만큼 잔혹한 영상물에 더욱 취약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차단 방법은 마땅치 않다. 유해물 차단 애플리케이션이나 차단 설정 기능 등이 있지만 우회 경로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맘카페에선 “유튜브에도 연령 제한이 있었으면 좋겠다” “유해 차단 앱 깔고 아이가 못 들어가게 환경 설정을 했지만 구글 등에서 검색하면 어차피 다 주소가 나온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 일부 단어 검색을 차단해도 다른 유사한 형태가 등장해 퍼지기 때문에 원천적인 봉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박 교수는 “사후 제재는 실제 효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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