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 수영’ 논란에…佛 “수영장 20개 규모 물탱크에 폐수 끌어들여 수질 개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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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개막을 약 3개월 앞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부 오스테를리츠역 인근 물탱크에서 직경 2.5m, 길이 620m의 터널을 기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센강 폐수를 이 터널로 끌어들인 뒤 탱크에 가둬 수질을 관리하게 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약 3개월 앞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부 오스테를리츠역 인근 물탱크에서 직경 2.5m, 길이 620m의 터널을 기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센강 폐수를 이 터널로 끌어들인 뒤 탱크에 가둬 수질을 관리하게 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몇 주 뒤면 바로 이곳에 센강 물이 채워집니다. 센강 폐수를 이곳으로 끌어들이면 수질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약 3개월 앞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부의 대형 물탱크 ‘오스텔리츠 분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 파리시의 공사 총책임자 사무엘 콜린 카니베즈 씨가 이같이 말했다.

지하철 오스텔리츠역 옆에 세워진 가건물 내부로 들어가 수십 층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광활한 탱크가 나타났다. 올림픽 수영경기장 20개가 합쳐진 규모인 5만㎥의 물을 채울 수 있는 규모다. 벽면에는 직경 2.5m인 원형 터널이 뚫려 있었다. 길이가 620m인 이 터널 끝은 센강에 닿는다.

파리시는 다음달 2일 완공식에 앞서 물탱크 내부를 동아일보를 포함한 외신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했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가 100년 만의 ‘센강 수영 경기’를 계획하고 있지만 ‘오염수에서 어떻게 수영을 하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조직위 “여름엔 수질 좋아져 경기 가능”

파리 센강은 영화 ‘퐁뇌프의 연인’들의 배경인 퐁뇌프 다리 등으로 로맨틱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코를 막아야 할 때가 있다. 노숙자들이 방뇨한 흔적과 냄새도 종종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한 남성이 음식점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대형 쟁반을 강둑에서 직접 강물로 씻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기도 했다. 실제 센강은 산업화에 따른 수질오염으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그런데 조직위가 센강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구간에서 올림픽·패럴림픽의 철인 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을 열기로 했다. 100년 만에 공식적으로 ‘센강 수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고의 ‘흥행 카드’로 내밀었던 센강 수영이 ‘올림픽 리스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작됐다. 마침 비정부기구(NGO) 서프라이더 재단은 8일 “센강 물을 측정한 결과 (세균 기준치) 최대 허용량보다 종종 2배, 때로는 3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올림픽 철인3종 경기와 오픈 워터 스위밍의 결승선이 될 센강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구간에서 지난해 여자 철인3종 예선전이 진행되는 모습. AP 뉴시스
이번 올림픽 철인3종 경기와 오픈 워터 스위밍의 결승선이 될 센강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구간에서 지난해 여자 철인3종 예선전이 진행되는 모습. AP 뉴시스


하지만 조직위는 강행 의지가 확고하다. 이날 물탱크 안에서 피에르 라바당 파리 부시장은 “어떤 일이든 항상 추진하려면 우려가 있기 마련”이라며 “우린 8년간 수질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수영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단체가 조사한 겨울에는 원래 좋을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면서 “경기가 실제 열리는 여름엔 대체로 수질이 좋아 우린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등 센강 주변 지방정부들은 14억 유로(약 2조643억 원)를 투입해 8년 넘게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벌였다. 수질 개선 작업의 핵심인 이 탱크는 약 4년간 건설 끝에 다음달 2일 완공식을 갖고 중순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 “센강 수영, 파리 올림픽 흥행 카드”

조직위는 조만간 센강 수질이 안전함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명인들이 직접 수영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공개해 우려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까지 동참을 선언했다.

조직위가 ‘센강 수영경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를 올림픽 흥행 카드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TV 시청률 하락과 올림픽에 대한 관심 저하 등으로 프랑스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획기적인 올림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센강 수영경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같은 이유에서 근대 올림픽 최초로 센강에서 ‘야외 개막식’도 준비 중이다. 최근 테러 위협이 고조되며 마크롱 대통령이 개막식을 실내로 옮길 가능성도 시사했지만 바흐 위원장은 27일 “센강에서의 상징적인 개회식은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줄 것이며 모두가 안전할 것”이라는 뜻을 강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파리 올림픽#센강#오염수#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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