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아답게 살다가 훈아답게~” 부르더니 대뜸 ‘갈 거다’ 요청…나훈아 마지막 콘서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8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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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본 데, 가볼 기다. 안 묵어 본 거, 묵어 볼 기다. 다리 멀쩡할 때, 내 하고 싶은 거 다 할 깁니다.”

‘가황’ 나훈아(77)가 데뷔 58년 만의 은퇴를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공식화했다.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전국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에서 였다. 그는 “(은퇴 이후엔) 피아노 앞에 앉지도, 기타도 만지지 않을 것”이라며 “살짝 옆 눈으로도 연예계 쪽은 쳐다도 안 볼 것”이라고도 했다. 이곳저곳에서 “안돼~”라는 팬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훈아는 초대 가수 없이 혼자서 2시간 40분 동안 22곡을 열창하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日건강검진표’ 공개, 건강이상설 일축도

앞서 나훈아는 2월 ‘마이크를 내려 놓는다’는 편지와 함께 전국 투어 일정을 공개했다. 다만 은퇴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어 ‘은퇴 시사’라는 추측도 있었다. 나훈아는 이날 “은퇴라는 말은 밀려가는 것 같아 싫어 쓰지 않았다”며 “아직 할 수 있지만 마이크를 내려 놓는 것”이라고 했다.

나훈아는 ‘고향역’과 ‘18세 순이’ 등 여섯 곡을 부르며 매번 옷을 갈아 입었다. ‘18세 순이’를 부를 때는 분홍색 망사 상의와 주름치마라는 파격적 의상을 했다. 무대 위에서 반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탈의하는 ‘퍼포먼스’에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오늘 여러분이 본전 생각나지 않도록 옷을 15번 갈아입겠다. 노래도 흘리지 않고 한 소절 또박또박 지키며 하겠다”고 했다. ‘체인지’, ‘홍시’, ‘무시로’, ‘테스형’ 등 히트곡과 최신곡을 번갈아 열창했다.

그는 1997년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를 끌어안고 노래했던 위문 공연은 “가장 기억에 남는 가슴 뭉클한 공연”이라고 했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쳐 협박을 받았던 1996년 일본 오사카에서 연 슈퍼콘서트는 “목을 걸어 놓고 했던 공연”이라고 했다. 또 ‘앵콜’ 대신 우리말인 ‘또!’를 외쳐 달라, ‘트로트’라는 일본식 표현 대신 ‘전통 가요’라고 하자고도 했다.

나훈아는 건강 이상설을 논란을 의식한 듯 “2월 스물다섯 가지 피검사를 했다. (너무 건강해) 의사가 깜짝 놀랐다”며 일본어로 된 건강검진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훈아답게 살다가 간다’

팬들의 아쉬움은 짙었다. 객석에는 ‘기장 갈매기는 날아야 한다’ ‘은퇴는 국민 투표로’ ‘은퇴 빠꾸다’라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나훈아는 후렴구인 ‘띠리’가 나올 때마다 만담을 하는 노래 ‘공’을 부르면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요새 정치하는 것들 짓거리가 가당찮으니 국회의사당을 향해 ‘띠리’를 외치자”거나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혼자서 결정하는 이상한 집단인 북한을 향해 ‘띠리’를 외치자”며 세태 풍자도 잊지 않았다.

피날레를 장식한 곡 ‘사내’를 부르기 전에는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북받친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 진짜!”라고 한 다음 눈물을 참는 듯한 표정으로 ‘사내’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 말미의 ‘사내’를 ‘훈아’로 바꿔 “훈아답게 살다가/훈아답게” 바꿔 부르더니 관객에게 다음 소절인 “갈 거다”를 불러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드론에 마이크를 띄워 보냈다. 그는 무릎 꿇고 관객에 절을 올린 뒤 퇴장했다.

나훈아는 7월까지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올 하반기에도 추가 공연이 예정돼 있다. ‘진짜 마지막 공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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