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석사과정 수업서 ‘환단고기’ 강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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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석사과정 수업에서 역사학계의 정설이 아닌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대한 강연이 이뤄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에 비과학적인 수업이 포함된 건 문제가 있다”는 글을 올려 반발하고 있다.

5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올해 봄 학기 석사과정에 필수과목으로 개설된 ‘기계·항공 정기 세미나’에 ‘광개토대왕비에서 보는 고구려의 천자문화’라는 주제의 강연이 열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세미나는 과학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소개한다.

세계환단고기학회 회원인 A 교수는 이날 환단고기에 입각한 고대사 강의를 했다. 환단고기는 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본토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체적 역사관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주류 학계는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수강생은 “A 교수가 강연 내내 환단고기에 대해 언급하며 환국의 존재, 고조선 이전의 역사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다른 학생은 “(수업 내용에 대한) 요약본까지 제출해야 하는 수업인데 대학원생 100명이 환단고기 설명을 듣고 있어야 했느냐”며 “(학교 당국이) 세미나 수업을 너무 책임감 없이 진행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학생들은 A 교수가 지난해 12월 ‘동북아 뿌리 역사와 원형문화’를 주제로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강연을 하려다 포스텍 총학생회의 반발로 무산된 사실을 접하고 더욱 분개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다양한 주장과 학설을 접하고 스스로 판단해 보는 것이 학문하는 자세인데 학생들의 생각이 너무 편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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