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종로구 서울국제고에서 원어민 교사가 서울국제고 무료 영어 캠프 ‘꿈을 위한 비상(Jump for Dream)’에 참여한 학생들과 영어 회화 수업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겨울방학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해외 현지 어학캠프 광고가 쉴 새 없이 깜빡인다. 중학교 3학년이 되는 김예지(가명·15) 양은 이런 캠프에 가 본 적이 없다. 수백만 원의 비용을 댈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김 양에게 학교 선생님이 제안을 했다. “서울국제고에서 하는 무료 영어 캠프에 가 볼래?”
서울 종로구의 공립고인 서울국제고가 2일부터 제2회 ‘무료 영어 캠프’를 열었다. 김 양처럼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부족한 학생이 부담 없이 질 높은 공교육을 통해 학업 의지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하는 고입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기준(한부모·다문화·장애인 부모 가정, 차상위 계층 등)을 만족시키면서도 학업에 열의가 있는 학생중 각 학교의 교사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를 선발했다.
김 양은 전교 11등을 할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평소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원어민 교사에게 수업을 듣거나 외국인과 제대로 대화를 해 본 경험이 없어 걱정이 앞섰다.
캠프 첫날부터 원어민 교사들이 영어로 말을 걸고, 수업도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하지만 평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김 양의 귀에는 의외로 들리는 내용이 많았다. 원어민 교사들은 학생들이 알아듣기 쉬운 용어로 천천히 말했고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답변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각각 다른 점을 감안해 한국인 교사가 원어민 교사의 수업에 들어와 일부 학생들의 보조를 맞춰 주기도 했다. 김 양의 마음에 어느새 부끄러움은 가시고 자신감이 커졌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내는 재학생 멘토 선배들처럼 진짜 서울국제고 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원어민과 4박 5일 함께 보내
김 양처럼 캠프 참가자로 선발된 서울 시내 67개 중학교 1, 2학년 학생 102명은 4박 5일간 서울국제고 기숙사에서 지내며 원어민 6명을 포함한 서울국제고 교사 13명으로부터 영어를 배운다. 서울국제고 재학생 20명은 참가 학생들의 멘토로서 학생들이 캠프에 참여하는 내내 곁에서 도움을 주고 매일 1시간씩 그룹을 지어 공부 방법 등을 알려줄 예정이다. 오낙현 서울국제고 교장은 “서울국제고에서는 전교생이 기숙 생활을 하는데, 1월 초쯤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기숙사를 비운다”며 “빈 공간과 훌륭한 원어민 교사 등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무료 영어 캠프를 고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5일 내내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 회화 수업, 클럽 활동(축구 과학 미술 댄스 만화 합창 등)을 하며 점심, 저녁도 같이 먹는다. 캠프 4일째에는 그동안 교사, 친구들과 연습한 영어 실력을 뽐내는 ‘탤런트 쇼’ 무대에 오른다. 학생들이 몸을 움직이며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교사들이 고안한 프로그램들이다. 캠프 마지막 날에는 ‘스펠링 비(Spelling Bee)’라는 미국식 단어시험을 본다. 학생들은 매일 수업을 듣고 난 후 저녁에 복습을 하는 차원에서 30개씩 외워 둬야 한다. 교사들은 단순히 받아쓰기로 시험을 보지 않고 그림을 보고 단어를 맞히거나, 빈 철자를 채우는 등 재미있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단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꿈도 실력도 키우는 캠프
서울국제고의 ‘특별한’ 영어캠프는 충분한 교육 기회를 얻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사다리가 돼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제1회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 두 명이 2017학년도 서울국제고 신입생으로 선발됐다. 캠프 참가가 신입생 선발 심사 시 가산점 등 혜택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학생들이 서울국제고 캠프에 참가한 후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열심히 공부했다는 증거다. 올 3월 서울국제고 1학년이 될 이모 양(16)은 지난해 캠프에 참여한 후 서울국제고 합격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공부해 전교 10등 안팎이던 성적을 전교 1등까지 끌어올렸다. 이 양도 학원 또는 사설 캠프나 외국에 가 본 경험이 없다. 이 양은 “캠프에 다녀온 후 실제로 영어 실력이 생각보다 많이 늘어 자신감이 생겼다”며 “자신의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울국제고는 교육 기회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앞으로도 매년 1월경 영어 캠프를 열고, 2020년까지 신입생 총정원의 5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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