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을 하는 초등생들. 올바른 진로설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진로체험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DB
우리나라 초등생이 꿈꾸는 장래희망 1순위가 ‘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다음으로는 운동선수, 의사 순이었다. 이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2016년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초등생의 장래희망 1순위는 9년 전인 2007년에도 선생님이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초등생들의 장래희망은 정말 변하지 않은 걸까? 주변을 둘러보면 아이돌 가수나 로봇 공학자, 디자이너를 꿈꾸는 초등생이 꽤 많은데, 왜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일까. 혹시 주변의 환경 때문에 초등 자녀가 자신의 꿈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짜 꿈’ 발표하는 초등생들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의 영향으로 초등학교에서는 꿈과 끼를 강조한 교육 과정을 이미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전국 초중고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시간에 학생들이 직업체험이나 봉사활동을 하며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꿈·끼 탐색주간’을 운영하고, 한 학기 혹은 1년 동안 진로 중심 교육과정으로 꾸리는 ‘진로교육 집중학기제’를 시범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6학년 A 군이 다니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전교생이 각 반에서 ‘꿈 선서식’을 연다. 나의 꿈은 무엇인지, 한 해 동안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를 반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선서하는 행사다.
그러나 초등생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공개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A 군은 “아직 꿈을 정하지도 못했는데 발표를 하라고 하니 선생님이나 경찰이라고 급히 지어내서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경기의 5학년 B 양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인데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발표를 시키니 친구들이 비웃을까 두려워 선생님이나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발표한 ‘가짜 꿈’으로 진로수업을 듣거나 진로활동을 펼치면서 적지 않은 어린이들이 이것을 자신의 ‘진짜 꿈’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 A 군은 “몇 년째 꿈이 선생님, 경찰이라고 발표하다보니 다른 꿈을 꾸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세계여행은 꿈이 아니라고요?”
학교에서 담임교사와 진로 상담을 한 뒤 오히려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데 혼란을 겪는 초등생도 있다. 서울의 3학년 C 양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꿈이라고 선생님께 말했더니 ‘단순히 이루고 싶은 일이 아니라 사회복지사와 같이 구체적인 직업을 꿈으로 삼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경기의 1학년 D 양 역시 최근 담임교사에게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더니 담임교사가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여행 작가’라고 적었다고. D 양은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지만 여행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루고 싶은 꿈을 왜 꼭 직업으로 제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꿈을 ‘직업’으로 제한하는 이유는 교육부의 학교생활기록 관리지침 상 담임교사가 생활기록부에 담당학생의 희망 진로와 그 이유를 적어야하기 때문. “생활기록부에 ‘세계여행’을 희망 진로로 적을 수는 없다”고 한 초등교사는 말했다.
특정 진로에 대한 학부모의 강요가 자녀의 진정한 진로 찾기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충북의 5학년 E 양은 부모님이 정해준 꿈과 자신이 원하는 꿈 사이에서 갈등한다. E 양은 여군이 되고 싶지만, 부모님은 “군인이 되면 위험하고 힘든 일을 많이 겪으니 일반 공무원이 돼라”고 계속 권유한다고. E 양은 “부모님께서 반복적으로 ‘군인은 위험한 직업’이라고 말씀하시니 나도 모르게 부모님의 생각에 동의하게 돼 진짜 내가 원하는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직업’보다 ‘좋아하는 일’을
그렇다면 초등생 자녀의 진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진로코치 지원단 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연순 팝팝진로맵연구소장 (‘어린이를 위한 진로 오디세이’ 저자)은 “자녀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 지를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초등생 때는 최대한 많은 체험을 통해 흥미와 적성 찾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장래희망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므로 직업으로 제한하지 말고 초등생 자녀가 ‘무엇이 스스로를 즐겁게 만드는지’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도록 유도하라는 것.
김 소장은 “학교나 가정에서 어린이들에게 빨리 꿈을 정하도록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로 관련 학습도서를 읽게 하거나 직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해 다양한 직업을 간접체험한 뒤 스스로 진로를 정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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