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가면 ‘책 읽는 정류장’이 있다

  • 동아일보

‘정류장 책방’ 시민들 독서 이끌어

강원 춘천시 중앙로 한국은행 강원본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춘천 도심의 73곳의 버스 정류장이 ‘책방 정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책읽기운동본부 제공
강원 춘천시 중앙로 한국은행 강원본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춘천 도심의 73곳의 버스 정류장이 ‘책방 정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책읽기운동본부 제공
 강원 춘천시 도심의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책 읽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에 비치된 책을 꺼내 읽는다. 책이 마음에 들면 버스에서 계속 읽은 뒤 하차하는 정류장에 꽂아 둔다. 일부 시민은 집에 가져가서 마저 읽고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정류장 책방’이 시민들의 생활 속 독서 문화의 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정류장 책방은 춘천시가 장소 제공과 행정 지원을 하고 책읽기운동본부와 ㈜아트인라이프가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정류장 책방이 설치된 곳은 시내버스 100번 노선(춘천시청∼중앙시장∼남부시장∼춘천지법∼춘천교대∼후평동) 가운데 비 가림 시설이 있는 정류장 73곳이다. 책방 한 곳에 13권 정도 비치돼 있다. 책은 각계에서 기증한 7300여 권으로 시작했다. 한국전력공사 강원지역본부가 2000권을 기증했고 춘천중이 600권을, 경기 파주시의 이가책방이 770권을 내놓았다.

 김동현 씨(46·춘천시 후평동)는 “예전에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간다”라며 “춘천의 자랑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류장 책방은 105명의 자원봉사자가 운영을 돕고 있다. 책읽기운동본부는 학생 65명과 일반 시민 40명 등 자원봉사자 105명을 도서관장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매일 정류장 책방의 시설과 도서 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책을 보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류장 책방의 책 회수율이 낮은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책읽기운동본부가 조사한 결과 비치된 3000여 권 가운데 40%가 넘는 1300권 정도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책읽기운동본부는 책에 반납을 당부하는 스티커를 붙였고, 지역 고물상에는 책읽기운동본부 표시가 된 책은 매입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최용주 책읽기운동본부 운영위원은 “춘천의 시내버스 1개 노선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노선과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빌려간 책은 반드시 돌려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도서 기증 및 문의는 책읽기운동본부. 033-256-1900

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정류장 책방#시내버스 100번#책읽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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