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관가주변 위스키바 썰렁… 예식장선 화환 행렬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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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후 첫 ‘불금’-주말 표정

 “‘김영란법’ 때문에 공무원 손님이 한 명도 안 와요. 종업원을 내보내도 버티기 힘들면 가게 문을 닫아야지 별수 있겠어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불목’(불타는 목요일)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9,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서초동 일대 위스키 바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김영란법의 주요 타깃인 국회 관계자와 법조인, 공무원들이 아예 약속을 잡지 않는 ‘동면 모드’에 들어가면서 단골들 발길이 뚝 끊겼다.

○ 광화문-서초동-여의도 위스키바 전멸


 30일 오후 9시 정부서울청사와 가까운 경복궁역 부근에서 20만 원대 양주를 주로 파는 A바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손님 ‘0팀’을 기록했다. 고객의 70% 정도가 공무원으로 평소 6, 7개 팀이 들어차야 할 시간이지만 매출 장부는 백지였다. 사장 이모 씨(33·여)는 “평소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데 어제는 손님이 없어 밤 12시에 문을 닫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B바도 김영란법 시행 첫날부터 3일 동안 손님이 ‘0명’이었다. 사장 박모 씨(35·여)는 “가게를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고 이대로 2, 3개월 보증금만 날릴 판이다.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곧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젊은 판사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던 서초동의 한 양주 카페는 지난달 가게를 확장하면서 종업원을 2배로 늘렸지만 가게 안이 텅 비어 있었다. 김영란법 전에는 하루 5, 6개 팀이 찾았지만 요즘은 평균 한 팀. 그나마 인근 학원 강사나 사업가들이 전부다. 검사들이 자주 드나들던 D카페는 아예 간판 불을 꺼버렸다.

 중견 판사들의 아지트였던 E바는 지난달부터 여종업원 3명을 모두 내보내고 사장과 시급 아르바이트생 2명이 운영하는 고급 호프집으로 변신했다. 전에는 28만 원 상당의 12년산 위스키가 가장 싼 메뉴였지만 지금은 새로 만든 5만9000원짜리 ‘소맥’(소주와 맥주) 메뉴가 잘 나간다. 사장 박모 씨(46·여)는 “간혹 변호사들이 와도 서로 김영란법 대상이 아닌지 촌수 따지듯 계산하고서야 주문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 30일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이 많이 찾는 국회 앞에는 문을 닫은 위스키 바가 3곳이나 됐다. F바 사장 이모 씨는 “요즘은 국회나 당직자보다 여의도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다. 30만 원 선이던 룸당 매출도 10만 원대로 줄었다”고 전했다. 바로 옆 병당 2900원짜리 세계 맥주가게에 대기 손님 5개 팀이 줄서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 결혼식장 화환, 골프장 예약도 감소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결혼식 풍경. 이전에는 홀을 가득 채웠던 화환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폭 줄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결혼식 풍경. 이전에는 홀을 가득 채웠던 화환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폭 줄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조사비 상한 10만 원’ 조항이 적용된 첫 주말, 결혼식장 화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 웨딩홀에서 1일 열렸던 4개 팀의 예식에는 화환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박모 씨(34)는 “주말 결혼식 화환 주문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1∼3일 황금연휴 기간 전국 골프장의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 수도권의 한 회원제 골프장 매니저는 “지난주까지 평소와 다름없는 예약률을 보였지만 막상 법이 시행되자 취소하는 팀이 늘었다. 다음 주 예약도 벌써 20% 정도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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