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가는 길… 살인진드기의 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6일 03시 00분


추석 앞두고 감염병 주의

추석 연휴에 성묘객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주말에 미리 성묘를 다녀오는 사람이 최근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 성묘 길은 지난 폭염으로 쓰쓰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감염병을 일으키는 ‘진드기’가 크게 번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폭염으로 진드기 최대 50% 증가

“그깟 진드기가 무슨 대수냐”고 가볍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진드기로 인해 병에 걸리는 사람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2006∼2015년 10년 동안 쓰쓰가무시증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06년 6480명이던 환자는 점차 많아져 지난해 9513명으로 47% 증가했다. 고열, 오한, 발진을 일으키는 쓰쓰가무시증은 활순털진드기나 대잎털진드기 유충에게 물려 생기는 감염병이다.

치료가 가능하지만 자칫 사망할 수도 있다. 최근 5년간 쓰쓰가무시증에 걸려 사망한 사람이 62명이나 됐다. 올해도 3명이 사망했을 정도. 질병관리본부 측은 “한반도 내 이들 진드기 서식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명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도 성묘 시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이 진드기에게 물리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고열, 설사와 함께 혈소판이 감소하는 증세가 생기는 병으로 치사율이 최대 30%나 된다. 이 병이 처음 나타난 2013년 36명(17명 사망)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14년 55명(16명 사망), 2015년 79명(21명 사망), 올해 54명(8월 기준) 등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더욱이 올해는 폭염으로 진드기 활동이 왕성해졌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회선 전북대 생물환경화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채집해 보니 작은소참진드기 개체수가 최대 50%까지 늘어난 것 같다”며 “날씨가 더우면 교배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백신, 치료제 부족…정부가 적극 나서야

질병관리본부도 “여름철 더위 때문에 9, 10월 진드기 활동이 더욱 왕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드기 전염병과 기온은 큰 연관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 한반도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쓰쓰가무시증 등 진드기 매개 전염병 발생률이 최대 5.98%나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드기 매개 전염병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의 경우 여전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미국, 유럽에는 나타나지 않는 반면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에 집중되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비해 신약 개발도 더딘 편이다.

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의 경우 진드기를 채집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가 얼마나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사람에게 전염되는 진드기 질환은 복지부가 나서야 한다며 손을 놓고 있다. 이 교수는 “가장 급한 것은 당장 성묘를 하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관련 살충제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백신, 치료제 개발은 10년가량 걸리는 만큼 정부가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드기는 풀에서 서식하는 만큼 성묘 시 돗자리를 사용하고 풀밭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아야 한다. 성묘 후 고열, 구토, 설사 증세가 있으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성묘#살인진드기#감염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