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성묘객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주말에 미리 성묘를 다녀오는 사람이 최근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 성묘 길은 지난 폭염으로 쓰쓰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감염병을 일으키는 ‘진드기’가 크게 번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폭염으로 진드기 최대 50% 증가
“그깟 진드기가 무슨 대수냐”고 가볍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진드기로 인해 병에 걸리는 사람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2006∼2015년 10년 동안 쓰쓰가무시증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06년 6480명이던 환자는 점차 많아져 지난해 9513명으로 47% 증가했다. 고열, 오한, 발진을 일으키는 쓰쓰가무시증은 활순털진드기나 대잎털진드기 유충에게 물려 생기는 감염병이다.
치료가 가능하지만 자칫 사망할 수도 있다. 최근 5년간 쓰쓰가무시증에 걸려 사망한 사람이 62명이나 됐다. 올해도 3명이 사망했을 정도. 질병관리본부 측은 “한반도 내 이들 진드기 서식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명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도 성묘 시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이 진드기에게 물리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고열, 설사와 함께 혈소판이 감소하는 증세가 생기는 병으로 치사율이 최대 30%나 된다. 이 병이 처음 나타난 2013년 36명(17명 사망)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14년 55명(16명 사망), 2015년 79명(21명 사망), 올해 54명(8월 기준) 등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더욱이 올해는 폭염으로 진드기 활동이 왕성해졌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회선 전북대 생물환경화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채집해 보니 작은소참진드기 개체수가 최대 50%까지 늘어난 것 같다”며 “날씨가 더우면 교배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백신, 치료제 부족…정부가 적극 나서야
질병관리본부도 “여름철 더위 때문에 9, 10월 진드기 활동이 더욱 왕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드기 전염병과 기온은 큰 연관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 한반도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쓰쓰가무시증 등 진드기 매개 전염병 발생률이 최대 5.98%나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드기 매개 전염병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의 경우 여전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미국, 유럽에는 나타나지 않는 반면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에 집중되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비해 신약 개발도 더딘 편이다.
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의 경우 진드기를 채집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가 얼마나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사람에게 전염되는 진드기 질환은 복지부가 나서야 한다며 손을 놓고 있다. 이 교수는 “가장 급한 것은 당장 성묘를 하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관련 살충제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백신, 치료제 개발은 10년가량 걸리는 만큼 정부가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드기는 풀에서 서식하는 만큼 성묘 시 돗자리를 사용하고 풀밭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아야 한다. 성묘 후 고열, 구토, 설사 증세가 있으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