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의혹 동물원, 동물보호단체 상대 소송 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4일 16시 54분


“오랑우탄의 인대를 끊는 만행을 막아주세요.”

2013년 9월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인터넷 사이트에 경기 고양시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오랑우탄 손가락 인대가 고의로 절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탄이’라고 불리는 오랑우탄의 힘이 세져 사육사의 통제가 어렵게 되자 동물원 측에서 주먹을 쥘 수 없도록 손가락 인대를 잘랐다는 내용이었다. 게시물 중에는 인대 절단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 이름과 또 다른 오랑우탄인 ‘오랑이’가 침을 뱉을 때마다 사육사들이 때린다는 의혹도 공개됐다.

동물원 측은 이 밖에 자신들이 사자의 송곳니와 발톱을 뽑고 동물쇼 중 뾰족한 막대로 악어를 찌르는 등 학대 행위를 한 것처럼 써놓은 글들이 이어지자 “사실이 아니다”며 카라를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허위사실 때문에 동물원의 명예가 훼손되고 매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게시글 내용의 상당수가 사실이거나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카라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우철)는 “카라에 접수된 제보 e메일에는 인대 절단 수술 장소와 과정 등 단순히 상상으로 꾸며내기 어려운 정황들이 다수 포함돼있고, 방송에서 가명으로 처리돼 파악하기 어려운 동물원 담당 수의사의 실명이 집도의의 이름으로 기재돼있다”면서 “우탄이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4일 밝혔다.

또 “동물원 조련사들이 쇼 중에 뾰족한 막대로 악어를 여러 차례 찌르고, 때리고, 꼬리를 잡고 흔드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학대·가혹 행위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자의 발치 의혹에 대해서는 “동물원 사자의 송곳니가 보이지 않는 사진 다음에 ‘전문적인 의견을 기다린다’는 문구가 기재된 것에 불과해 구체적 사실이 적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우탄이는 논란이 제기된 이후 심장마비로 죽어 박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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