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산업단지 편입 강행 방침에 ‘50년 농원’ 훼손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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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농원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이 축동일반산업단지 조성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건 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대영농원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이 축동일반산업단지 조성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건 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50년 동안 피땀을 쏟아 가꾼 아름다운 농원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 모두와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입니다.”

경남 사천시 축동면 순골길 27 대영농원 김남영 회장(83)은 14일 “사천시, 사업시행자가 법 절차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당한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한 평의 땅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과 그의 ‘수제자’인 아들 김무철 대표(43)의 안내로 둘러본 대영농원은 나지막한 야산에 수만 그루의 수목이 어우러져 있었다. 수령 500년을 헤아리는 아름드리 모과나무부터 배롱나무, 수양느릅, 보리수, 은목서 등이 줄지어 방문객을 맞았다. 반송과 소나무, 수석(壽石)들도 잘 정돈돼 있었다.

이 농원은 김 회장 부부가 젊은 시절부터 전국 곳곳에서 나무를 사다 심고 정성들여 만들었다. 개인 관람객뿐 아니라 조경수협회 회원 등 수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찾는 명소다. 김 회장과 아들은 요즘도 ‘명품 수목원’을 꿈꾸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농원 바로 옆에 축동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업체가 농원 일부를 편입시키려고 하면서 마찰이 생겼다. 편입을 시도하는 곳은 산업단지의 공해를 막아 줄 차단녹지이자 방패막이가 되는 동북쪽 언덕. 이곳을 깎아버리면 수목들이 공해에 그대로 노출돼 정상 생육이 어렵고 농원의 가치도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축동산단 시행사인 ㈜장원(대표 김성현)은 축동면 사다리 산 26-1 일원 27만1060m²에 공산업 부품업체가 입주할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 현재 공정 30%가 진척됐다.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사천 요금소 오른쪽으로 현장이 보인다. ㈜장원은 대영농원의 땅 1만7000m²를 편입하는 것을 전제로 산단을 설계했다. 그래야 진입로 개설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산업단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장원이 공사 강행 의지를 보이자 대영농원은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김 회장 부부는 “장원이 주민 의견 청취 등 법적인 조건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사천시가 축동산단 계획 변경 승인, 즉 사업 기간 연장을 승인해 준 것은 위법하다”며 창원지법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6월 말 대영의 손을 들어줬다. 사천시의 위법 행위가 인정된 것이다. 농원 측은 “축동산단 허가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영농원은 여전히 불안하다. 사천시가 항소한 데다 장원 측이 강제 수용 움직임까지 보이기 때문. ㈜장원의 김민환 본부장은 “9월 초 관련법에 따라 강제수용 절차를 밟고 공탁을 한 뒤 공사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제 수용과 관련해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가 진행 중인 데다 사천시의 산단 허가는 여전히 살아 있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영농원과 협의를 하려 해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했다.

사천시 관계자는 “축동산단은 공사가 많이 진척돼 허가 취소가 어렵다”며 “절차상 다소 하자가 있지만 법원에 사정(事情) 판결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사정 판결이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다.

이에 대해 대영농원은 “장원은 억지 주장을 거두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업을 해야 한다”며 “경남도의 강력한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원 측은 최근 사천시와 장원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농원 입구에 내걸고 인근 주민들과 공동 대응에 돌입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사천시 대영농원#축동일반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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