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같은 엄마 되자” 폭염 누른 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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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부모성장 아카데미’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엄마들이 부모교육 특강을 듣고 있다. 2013년 처음 시작된 초록우산 부모교육은 
참가자가 2013년 484명에서 2015년 733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엄마들이 부모교육 특강을 듣고 있다. 2013년 처음 시작된 초록우산 부모교육은 참가자가 2013년 484명에서 2015년 733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1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복지관에 어린 자녀를 둔 엄마 10여 명이 모였다. 강귀숙 양천아이존 소장(48·여)은 이들에게 알록달록한 사인펜과 색연필을 건넸다.

강 소장이 엄마들에게 준 첫 과제는 ‘명패 만들기’. 엄마들은 강 소장의 설명에 따라 하얀색 A4 용지를 세 번 접어 삼각형 명패를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적고, 옆에 자녀들의 이름과 나이를 적었다. 그리고 자신이 평소 아이들을 대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명패에 글을 적었다. 한 엄마는 멋쩍은 표정으로 ‘나는 소리 지르는 엄마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나는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함께 적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쓴 문장을 소개하며 다른 엄마들과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부모성장 아카데미’의 한 장면이다. 일종의 부모교육이다. 부모가 무엇을 아이에게 해줘야 하는지 ‘부모의 기능’이 아니라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교육 목표다. 최근 아이를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들의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올바른 양육방식을 궁금해하는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십 장의 사진을 펼쳐놓은 뒤 “지금 내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 2장을 고르라”는 식이다. 노부부가 손잡은 모습,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진, 머리를 감싸는 사진, 사람과 손을 맞잡은 사진 등을 고르며 사색의 시간도 갖는다.

마지막으로 각자 자신에게 격려편지를 쓴다. “잠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아침밥을 챙겨주는 나는 대단해” “직장생활도 하면서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다니 참 잘해왔어”처럼 잘한 점을 떠올려 본다. 한 참가자는 “괜찮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힘들어도 아파도 버티기만 했다. 이제는 원망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기대기도 하고 어려움을 풀어보려고 한다”고 썼다. 각자의 편지를 다른 참가자가 육성으로 읽어준다.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부모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기대를 세운 후 못 지켰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하루에 열심히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 필수적인 시간은 15분이라고 한다. 시간의 양에 부모가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 아카데미 강사들 역시 “완벽한 부모는 없다. 다만 노력하는 부모만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한다. 부모성장 아카데미는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양천아이존, 인천 연수종합사회복지관, 경기 성남시 중탑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 진행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초록우산#부모교육#부모성장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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