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가까운 폭염에 ‘어르신 건강관리’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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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역 온열환자 35%가 노인… 경로당 2700여곳 에어컨 없어 고생
예산부족 지자체 대책마련 부심

폭염특보가 2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온열환자 35%가 60세 이상 노인이어서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지역 경로당 2700여 곳에 에어컨이 없어 각 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전남도는 올여름 무더위로 발생한 온열환자 119명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이 45명이라고 10일 밝혔다. 광주는 온열환자 44명 가운데 16명이, 전북은 온열환자 81명 가운데 25명이 노인이었다. 호남에서 발생한 온열환자 244명 중 86명(35%)이 노인인 셈이었다. 또 연령대별로는 50대가 60명(24.5%)으로 가장 많았다.

호남지역 일부 경로당에서는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아 폭염에 취약한 고령층이 무더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남도는 경로당 8861곳 가운데 1311곳(14.8%)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10일 밝혔다. 전남도는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를 방문해 모든 경로당에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남지역 21개 시군 가운데 에어컨 미설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최고령 지역 고흥이었다. 고흥군은 경로당 635곳 중 338곳(52%)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흥은 인구 6만8181명 가운데 65세 이상 주민이 2만5260명(37%)에 달하는 등 노인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최고령 지역이다.

하지만 고흥은 경로당 에어컨 미설치 비율이 전남에서 제일 높아 노인들이 가장 힘든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고흥은 전국에서 경로당 에어컨 미설치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흥군 도양읍의 한 경로당 노인들은 에어컨 설치 여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이 경로당은 노인 20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선풍기 3대로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노인들은 에어컨이 없는 경로당에서 한나절을 버티지 못해 그늘을 찾아다니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노인들은 ‘지자체에 예산이 없는 만큼 각자 갹출해 에어컨을 마련하자’, ‘조금만 참으면 올여름 찜통더위는 끝난다’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박모 씨(83·여)는 “무더위에 에어컨 마련 대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냈다”고 말했다.

폭염에 지친 노인들은 경로당에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연이어 내고 있다. 고흥군 도양읍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2주일 동안 경로당에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 4건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흥지역 경로당 절반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것은 2011년 정부가 에너지고효율제품 지원사업을 하면서 경로당에 필요한 물품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 작용했다. 당시 고흥지역 경로당 상당수는 에어컨 대신 냉장고, TV 등을 선택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염에 경로당 에어컨 설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은 경로당 6557곳 중 1397곳(21.3%)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에어컨 설치 요구 민원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경로당 1297곳 중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68곳에 예산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광주시는 예산 1억1300만 원으로 에어컨 68대를 구입해 경로당에 설치할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경로당에서 난방비가 부족하다고 호소해 내년에 관련 예산을 인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폭염특보#어르신 건강관리#온열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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