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군대 내 동성간 추행 처벌’ 조항 합헌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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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에서 동성(同性)을 추행하면 징역에 처하도록 한 군형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28일 옛 군형법 제92조의 5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합헌 의견이 5명, 위헌이 4명이었다.

해당 조항은 남자끼리 성관계를 하는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군형법에도 ‘계간’이 ‘항문성교’로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동일하다. 헌재는 문제가 된 조항의 ‘그 밖의 추행’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 씨는 군복무 중이던 2011년 10월부터 후임병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만지는 등 한 달간 총 13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A 씨는 “(문제 조항이) 추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강제성 수반 여부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 조항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위한 것으로, 계간이 항문성교를 의미하고 동성 간에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그 밖의 추행’은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 밖의 추행’은 강제추행 및 준 강제추행에 이르지 아니한 것으로 계간에 이르지 않은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로 해석된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 조항이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로 군기를 침해하는 것만을 처벌하는 것”이라며 “이는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 조용호 등 4명의 재판관은 “형벌조항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 등은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여성 또는 이성간의 추행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하다”며 “이 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군인의 군영 내에서 이뤄진 음란행위’로 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의 이 결정이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에 대한 형사처벌 위헌성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다. 군형법은 동성애를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형법은 사적 영역에서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위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배석준 기자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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