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희연, 국과장급 간부 ‘코드 발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8일 03시 00분


교육부와 대립각 정책 자료집 주고 “집단 토론 승진면접”
대상자 45명에 “숙지” e메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과장급 간부 승진 대상자에게 교육부의 정책에 어긋나는 각종 교육정책 제안이 담긴 자료집을 토대로 토론 방식의 집단면접을 실시한 뒤 승진자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조 교육감 지시에 따라 서울시교육청 인사담당자는 14일 승진 대상자 45명(4급 대상자 42명, 3급 대상자 3명)에게 자료집을 e메일로 보냈다. 해당 문건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4월 20일 발표한 184쪽 분량의 ‘4·16 새로운 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선포식’ 자료집이다. 집단면접은 20일 조 교육감과 부교육감, 총무과장이 참석해 실시한다.

2∼4급 승진은 임용권자가 후보자 중 행정실적, 능력, 경력, 전공분야, 인품과 적성 등을 고려해 임용한다고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규정돼 있다. 방식은 임용권자가 정하면 된다. 지난해까지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 등 3명이 일대일로 면접했다. 주로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느낀 서울교육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말해보라”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승진 대상자들은 “자료집을 참고해 한 조당 6명씩 집단면접을 실시할 테니 자료집을 숙지하고 오라”는 e메일을 받았다. 대상자들은 형식은 물론 정부 방침을 비판해야 좋은지 아니면 객관성을 유지해야 좋은지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런 방식의 면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대상자도 적지 않다. 자료집 상당 부분이 교육부 정책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다 교육청이 추진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료집의 주요 내용은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과학고의 일반계고 전환 △누리과정 예산편성 주체 중앙정부로 규정 △대입 추첨제 전형 도입 △수능-EBS 연계 폐지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 △교육감 선거권 만 16세 하향 조정 등이다.

이 교육감이 4월 이 자료집의 206가지 정책과제를 발표했을 때도 교육계에서는 “교육부나 국회 차원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한 제안을 나열했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이러한 자료집을 예산·기획·행정 분야의 핵심 간부를 선발하는 과정에 활용하는 건 조 교육감이 ‘코드 인사’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청 관계자 A 씨는 “대상자가 자료집에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며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B 씨는 “(시교육청에는) 가뜩이나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이 있는데 특정 정치성향이 반영된 자료집으로 면접을 보면 교육의 정치 중립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교육 행정·사서·시설직이다 보니 새 간부들이 미래 교육 패러다임에 대한 의식을 함양하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교육감이 (이런 방식을) 제안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방식을 유지할지는 이번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희연#승진면접#코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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