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섹남… 요섹남… 지적 모습-요리실력 등에서 매력 느끼기도

  • 동아일보

[토요이슈]우리가 몰랐던 ‘무성애자 코드’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등이 대중문화에서 새로운 ‘섹시코드’로 떠올랐다.

‘섹시’라는 말은 원래는 ‘성적 매력이 있다’는 뜻. 하지만 ‘뇌가 섹시하다’는 말이 실제로 ‘그의 주름진 뇌가 나를 성적으로 흥분하게 한다’는 말은 아니다. 뚜렷한 주관, 풍부한 유머감각이나 지식 같은 지적인 매력을 ‘섹시한 뇌’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뜻으로 널리 쓰이는 ‘섹시하다’는 표현은 무성애자들이 사용하는 ‘에이섹시(asexy)’라는 표현과 맞닿아 있다. 무성애자들이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낄 때 그의 매력 포인트가 바로 ‘에이섹시’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섹시하다’고 표현하는 대상은 신체의 굴곡진 S라인, 도발적인 눈빛과 노출 의상 등이다. 하지만 무성애자들은 이런 것을 볼 때에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그저 심미적으로만 아름답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들이 말하는 ‘섹시’는 ‘몸이 아니라 머리’에서 느껴지는 매력인 셈이다.

‘뇌섹’을 앞세우며 인기를 끌고 있는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좋은 학벌이나 문제풀이 능력, 외국어 실력 같은 스펙을 갖춘 ‘엄친아’에게 뇌섹남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무성애자들이 말하는 에이섹시함은 상대방의 독특한 세계관, 깊이 있는 지적 능력, 멋진 요리 실력 등에서 느끼는 매력을 이르는 경우가 많다. 한 무성애자는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에이섹시는 거의 모든 매력을 뜻해요. 비 오는 날 물웅덩이에서 추는 멋진 춤, 쿠키를 맛있게 굽는 기술, 뒤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능력, 민속설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 기절할 만큼 멋진 양말 코디 등에서도 에이섹시함을 느낄 수 있어요.”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여주인공이 셜록 홈스에게 느낀 매력을 표현한 “지성은 새로운 섹시함(Brainy is the new sexy)”이라는 말이 영미권을 강타하기도 했다. 홈스가 원작 소설에서 무성애자에 가까운 캐릭터로 묘사됐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에이섹시함’에 대한 열광은 전 세계적으로 커져 가고 있는 모양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섹시스타였던 배우 래켈 웰치는 이미 50여 년 전에 “마음도 성감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무성애자#뇌섹남#요섹남#섹시#에이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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