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공계 열풍에… 경영-외국어학과 축소 ‘날벼락’

  • 동아일보

프라임 사업선정 대학 5곳 학과 분석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정원을 조정한 2017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우려됐던 인문계열 학과의 축소 또는 폐지 규모가 하나둘 공개됨에 따라 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인문계열에서 최상위 학과 지위를 누려온 경영대나 어문계열 학과의 축소 폭이 커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인문계열 축소·폐과 속출… 수험생 혼란

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 총 21곳 중 현재 2017학년도 새 모집요강을 공개한 곳은 숙명여대, 한양대 에리카, 대구한의대, 신라대, 호남대 등 5곳이다. 나머지 대학은 공개 시기를 조율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3일 선정 대학을 발표할 때 늘어나는 이공계 정원과 신설되는 학과 등은 공개했으나 줄어들거나 폐지되는 인문계열 학과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의 발표 전에는 교육부가 먼저 이를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문계열 축소 폭이 공개되면 교육부에 쏟아질 비판여론을 부담스러워해 대학에 미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입시전문기관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5개 대학의 모집요강에 따르면 숙명여대는 11.8%, 한양대 에리카는 22.5%, 대구한의대는 14.9%, 신라대는 12.8%, 호남대는 14.5%씩 인문계열 정원을 줄였다.

프라임 선정 이전에 발표했던 정원과 비교하면 숙명여대는 경영학부와 법학부, 영어영문학전공, 중어중문학부, 한국어문학부 순으로 정원이 많이 줄어들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는 원래 175명 모집 예정이었으나 프라임 선정 이후 148명으로 27명이 줄었다.

한양대 에리카는 137명 모집 예정이었던 경영학부가 119명(18명 감소)으로 줄었고 뒤이어 영미언어·문화학과, 광고홍보학부, 일본언어문화학과, 경제학부 순으로 줄었다. 또 건축학부, 교통물류공학과, 컴퓨터공학과, 산업경영공학과는 이공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인문계열 학생을 10명씩 총 40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이 정원을 모두 자연계열 학생으로 돌렸다.

대구한의대는 40명을 뽑으려 했던 중국어과 모집을 아예 중단했다.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노인복지학과, 항공서비스학과, 호텔관광학과는 각각 40명 정원이었으나 10명씩 줄었다. 신라대는 영어과를 국제지역학부로, 패션디자인산업학과는 융합디자인학부로 편입시켰다. 경영학부는 신입생 정원을 110명에서 90명으로 줄였다. 호남대는 경영학과(정원 45명)와 무역경제학과(정원 32명)를 통합해 4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원이 77명에서 40명으로 줄어든 것. 일본어학과와 법학과는 아예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시 원서 접수를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폐쇄 학과 교수들은 어디로

정원이 대폭 줄어든 학과들은 학생이 줄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교수도 줄일 수밖에 없다. 신입생 모집이 중단된 학과들은 기존 재학생들이 졸업하면 학과가 사라지게 된다. 재학생이 완전히 졸업하지 않더라도 2, 3년 뒤 학과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수만 남게 되면 기존 학생들은 다른 학과로 옮겨질 수도 있다. 해당 학과의 교수들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해고할 것인지를 놓고 대학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특히 경영학과와 외국어학과의 감소 폭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학과는 최근 30년간 인문계열에서 경제학과를 누르고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 왔다. 특히 법대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뀐 뒤부터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인문계열은 경영학부의 합격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12년경 미국에서 ‘경영학과 위기론’이 제기됐다. 경영학과 출신을 뽑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결여됐다”는 혹평을 잇따라 내놓은 것.

임 대표이사는 “한국도 예전에 경제가 호황일 때는 경영학과가 인기였으나 최근에는 취업도 어렵고 금융공학 등 새로운 경영 분야 특수학과가 생기면서 기존 경영학과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대학들이 수년 전 경영학과 인기에 편승해 너무 많은 정원을 배정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어학과의 위기는 더 심하다.

최근 각 대학의 중국어학과나 영문과 등의 소속 학생들은 경영학이나 경제학, 혹은 다른 전공을 거의 필수적으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형태로 배운다. 외국어 하나만으로는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기존 학과를 유지하기보다는 2, 3개 인접 지역 외국어를 묶어 ‘○○권 문화학과’ 식으로 바꾸고 있다. 단순히 ‘외국어를 잘하는 학생’보다는 넓은 차원의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임 대표이사는 “외국어는 이제 원래 전공에 추가로 겸비하는 스펙쯤으로 바뀌고 있다”며 “기존의 외국어학과는 변화하지 않는 이상 몇 년 안에 쇠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프라임 사업#인문계열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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