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서署-경동시장 상인회, 도로위 하역 점포직원에 전달
폐지수집 노인 수레엔 야광스티커… 시장주변 교통사고 줄이기 나서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주변은 노인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정지 신호에도 무단횡단(맨위쪽 사진)을 하거나 심야에 차로 중앙까지 나와 물건을 싣고 내리다(맨아래쪽 사진)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동대문경찰서 제공
올 2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근처 이면도로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던 한모 씨(74)가 주차장에서 나오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3월엔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이모 씨(83)가 달려오던 택시를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피해자는 모두 70세가 넘은 노인이었다. 공통점은 더 있었다. 숨진 두 사람 모두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또 새벽이나 늦은 오후에 운전자가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동대문구에는 경동시장과 약령시장 등 전통시장 다섯 곳이 밀집해 있다. 유동인구 중 노인층이 많다 보니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동대문구에서 노인 19명이 보행 도중 숨졌다. 서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다. 또 올해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7명 중 3명이 노인 보행자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15 교통문화지수에서 동대문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4위에 그쳤다. 전국 69개 자치구 중 64위로 교통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특히 보행자 안전도와 직결되는 횡단보도 신호 준수 비율도 76.2%로 서울에서 꼴찌였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좀처럼 줄지 않자 경찰이 고심 끝에 떠올린 것은 바로 ‘반딧불이’. 밤하늘에서 빛나는 반딧불이처럼 짙은 옷차림이나 어두운 밤에도 운전자가 보행자를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대문경찰서는 경동시장 상인회와 함께 야광조끼 300벌을 제작했다. 또 폐지 수집이나 배달에 쓰이는 리어카와 자전거에는 야광 스프레이를 뿌리고 반사 스티커도 부착했다.
야광조끼는 24일 심야에 도로 위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고령의 상인과 점포 직원들에게 전달됐다. 항상 사고 위험에 가슴을 졸이던 상인들은 크게 반겼다. 20년째 경동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장점동 씨(65)는 “보통 오전 3∼4시에 하역 작업이 가장 많은데 과속 차량이 많아 늘 불안했다”며 “이제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진홍 동대문서장은 “전통시장 상인과 손님의 90% 이상이 고령자라서 지역 특성에 맞는 보행자 대책이 필요했다”며 “향후 경동시장 주변 상가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전통시장 주변의 위험 요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전통시장 주변은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며 “각 자치단체가 주차 공간 확보와 단속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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