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옥시코리아 본사 앞에서 옥시 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근 영국의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귀국한 이들은 “옥시 최고경영자는 항의방문단과 한국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옥시 제품은 판매 안 합니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세요.”
11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서울 중구와 용산구 일대 편의점 5곳을 찾아 제습제 ‘물먹는 하마’를 사겠다고 말하자 돌아온 반응이다. GS25와 CU 등 편의점 운영 업체가 달라도 대답은 똑같았다. 한 편의점 직원은 “지난주부터 본사에서 옥시 제품을 수거하고 있다”며 “앞으로 언제 판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일 롯데마트가 옥시 제품의 신규 발주를 중단한 이후 시작된 유통업계의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판매 중단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옥시가) 사망자 수백 명을 내고도 5년 동안 사과조차 하지 않아 온 국민이 분노한 상황”이라며 “역대 최고 강도의 불매운동이 벌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대형마트 3사, 신규 발주 스톱
이번 옥시 불매는 기존 불매운동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파괴력’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까지 판매 중단에 동참하면서 일주일 사이 전 유통채널에서 옥시 제품이 퇴출됐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영업사원의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2013년 남양유업 불매운동 때도 그 영향력은 일부 유통채널에 한정됐다”며 “이번엔 모든 유통업체가 판매 중단에 동참해 파괴력이 크다”고 전했다.
11일 현재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과 GS25 CU 등 편의점은 옥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옥시 제품의 신규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또 옥시 제품에 한해 ‘1+1’ 등의 판촉 행사를 금지하고, 매장 내 진열 공간을 30∼50% 줄였다. 대형마트 측은 “재고를 털어낸 후에는 추가로 판매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동탄점은 10일 대형마트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옥시 제품 180여 종의 판매를 중단했다. 티몬과 쿠팡 위메프 등 온라인 업체들도 4일부터 옥시크린과 물먹는 하마, 듀렉스 콘돔 등 옥시 제품을 판매대에서 없앴다.
○ 행동에 나서는 30, 40대 소비자
이번 옥시 불매운동의 또 다른 특징은 30, 40대가 나섰다는 점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표백제 판매원은 “어린아이가 있는 30, 40대 아버지들이 주도적으로 ‘옥시크린은 안 된다’며 다른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주부들이 찾는 웹사이트는 집에 있는 옥시 표백제를 폐기저귀에 담아 버리는 등 ‘친환경 폐기법’을 공유하고 있다. 옥시가 생산하는 120여 개 제품 리스트는 이미 지난달부터 온라인에 유포된 상태다.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옥시 제품의 매출은 상품별로 50∼80% 줄었다. 아직까지는 유통업체 손실이지만 발주 중단이 장기화되면 옥시 본사가 입는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옥시 사태는 이제 국민 정서를 떠나 살인죄에 해당되는지를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어떤 곳이든 당분간 옥시 제품을 신규 주문할 유통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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