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명의’ 다룬 의학만화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세종병원 설립자 박영관 회장 ‘외길 의학 여정’ 웹툰으로 연재
선천성 심장병 치료 과정 등 담아

국내 유일의 심장병 전문병원 설립자인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왼쪽)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30여 년에 걸친 박 회장의 심장병 치료 활동은 의학만화 소재로 채택됐다. 세종병원 제공
국내 유일의 심장병 전문병원 설립자인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왼쪽)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30여 년에 걸친 박 회장의 심장병 치료 활동은 의학만화 소재로 채택됐다. 세종병원 제공
전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생생한 의료현장을 그린 의학만화가 등장해 화제다. 바로 만화전문기업 미스터블루의 인터넷 사이트(mrblue.com)에 최근 선보인 웹툰 ‘명의’다. 부천시의 지원으로 탄생한 웹툰 명의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경기 부천시 소사구) 설립자 박영관 회장(77)의 외길 의학 여정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박 회장이 1982년 부천에서 세종병원을 개원했을 때만 해도 국내의 심장병 치료 수준은 아주 초보 단계였다. 당시 주요 대학병원 2곳 정도에서만 심장병 수술이 가능했고 수술비도 고가여서 언론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 돕기 운동이 벌어질 정도였다.

웹툰 명의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천이슬’을 통해 당시를 회상한다. 만화 속에서 이슬이는 네 살 때 ‘박영광’(박 회장 이름에서 딴 주인공) 명의에게 심장병 진단을 받았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열심히 돈을 모아 수년 뒤 박 명의를 다시 찾지만 불치의 병으로 악화돼 결국 이슬이는 10대 때 숨을 거둔다.

웹툰 속 천이슬의 사연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약간의 픽션이 가미되긴 했지만 박 회장이 무료 심장 치료에 나선 결정적 계기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천이슬처럼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가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명의는 부천시의 웹툰 활성화 공모 사업에서 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작품이다. 김영훈 만화스토리작가(52) 등 3명이 박 회장에 대한 밀착 취재를 거쳐 8개월 만에 총 12화의 웹툰을 완성했다. 1, 2화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유료로 감상해야 한다. 김 작가는 “일본에선 고급 의학상식을 담은 판타지 의학만화가 꾸준히 출판되고 있고 인기가 높다”며 “심장병 치료에 큰 획을 그은 박 회장의 드라마틱한 부분을 최대한 살려 만화로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30년 넘게 심장병 치료에 매달려 만화 속 주인공까지 됐지만 박 회장은 여전히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 걱정이 더 앞섰다. 그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생아의 8% 정도가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나는데 조기에 치료받으면 거의 완치되지만 시기를 놓치면 불치병을 앓게 된다”며 “정맥에서 동맥으로 피가 거꾸로 흘러가는 폐동맥 고혈압(아이젠멩거증후군)으로 악화돼 대부분 20대 이전에 죽는데 다행히 국내는 의료보험과 의료기술 발전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이런 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요즘 박 회장이 신경 쓰는 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어린이들이다. 그는 1989년 옌볜(延邊)의 선천성 심장병 소아환자를 시작으로 중국 러시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이라크 등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매년 200∼400건의 심장병 무료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 1명당 평균 2400만 원의 수술비가 들기 때문에 복지재단과 종교단체 기업체와 손잡고 주로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매년 150명가량의 어린 환자를 초청해 심장병 수술을 해주고 있다. 덕분에 세종병원은 민간병원 중 최장기, 최대 해외환자 의료 지원 기록도 갖고 있다. 또 박 회장은 ‘부천을 빛낸 100인’에도 선정됐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세종병원 설립자#박영관#외길 의학 여정#명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