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웃음-열정, 잃지않게 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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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태풍속 건설-플랜트 마이스터高 ‘서울도시과학기술고’ 문열어

25일 서울도시과학기술고 개교식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의 축사에 학생들이 박수를 보내며 웃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5일 서울도시과학기술고 개교식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의 축사에 학생들이 박수를 보내며 웃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빠가 하는 일이 멋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는데 아빠는 2년 3개월 만에 멋진 호텔을 완성했다. ‘저렇게 기울어졌는데 어떻게 안 무너지지?’ 사람들은 “피사의 사탑보다 10배나 더 기울어져(52도) 현재 시공 중인 건축물 중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라고들 했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 건설 현장에서 일한 아빠를 따라 초등학교 2∼3학년을 싱가포르에서 보낸 김학겸 군(16) 이야기다.

김 군의 어린 시절, 아빠는 집에 없을 때가 많았다. 지금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 중인 아빠는 지난달 베트남에 나갔다. 해외 출장을 나갈 때마다 어느 나라에 가서, 어떤 사람들과, 무슨 건물을 짓는지 늘 자세하게 얘기해줬다. 빈자리는 컸지만 김 군에게 아빠는 늘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의 길을 따르기 위해 김 군은 지난달 서울도시과학기술고(서울 성북구)에 입학했다. 국내 유일의 해외건설·플랜트 분야 마이스터고다. 일찌감치 아들의 꿈을 응원한 부모도 적극 지원했다. 김 군은 이 학교의 해외플랜트산업설비과 소속이다.

학교에서 김 군은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용접을 한다. 전기 드릴이나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3차원(3D) 모델링 수업도 받는다. 중학교 친구들이 다른 고등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에 시간을 쏟는 것과는 다르다. 김 군은 “원래 하고 싶었던 분야였는데 수업이 재미있어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중소기업도 괜찮으니 해외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에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 학교에는 142명이 입학했다. 김 군이 소속된 과 외에도 △해외플랜트공정운용과 △해외건설전기통신과 △해외시설물건설과가 있다. 서울도시과학기술고는 해외 건설 현장의 인력 수요 증가에 발맞춰 관련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교육청이 협력해 설립됐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 30개 기업과 산학협약을 맺고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국토부는 2018년까지 50억 원을 지원한다. 젊은 기술명장 양성을 위해 수업료, 입학금, 학교운영지원비, 기숙사까지 모두 정부가 지원한다. 정부는 25일 “2022년까지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등 직업계 고교 학생 정원을 전체 고교생의 29%(현재 19%)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25일 열린 개교식에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경환 국토부 1차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기풍 해외건설협회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영상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모두가 희망을 이야기했고, 학생들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가슴도 뭉클했다.

그러나 외부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계속된 저유가로 해외 건설의 최대 시장이었던 중동 지역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은 부진하다. 정부는 지난해 5대 취약업종(조선, 해운, 철강, 유화, 건설)에 건설 분야를 포함시켰다. 26일 정부가 “철강, 유화, 건설은 긴급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하필 개교 시점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에 학교와 학생 모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김정철 교장은 “이런 때일수록 능력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잘 준비하고 꿈꾸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며 “이란 특수를 예상하고 중남미, 동남아시아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한국이 수주하는 건설물량의 90%가 플랜트인 중남미에서 일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스페인어도 배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살길은 해외밖에 없는 만큼 좋은 인재를 데리고 나가야 한다. 해외 기능직 대부분이 40, 50대로 고령화돼 있어 대비하지 않으면 전부 외국인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해외건설 인력 수요는 연평균 11.3%(3721명)씩 늘어 2020년 올해보다 1만45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마이스터高#서울도시과학기술고#개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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