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전남 여수 율촌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기관사 1명이 숨지고 승객 등 8명이 부상했다. 새벽이어서 승객이 22명에 불과했기에 망정이지 승객이 많았더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전차선 보수공사로 선로를 바꿔야 하는 곡선 구간에서 관제 지시를 어기고 제한속도의 4배 가까운 127km로 질주하다 탈선한 원시적 사고다.
지난달에는 대전 신탄진역 부근에서 화물열차가, 2월에는 경북 경산 하양역 인근에서 시설 작업차량이 탈선했다. 올 들어서만 크고 작은 사고가 4건이나 일어나 코레일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기강 해이로 볼 수밖에 없는 사고가 꼬리를 무는데도 최고책임자인 코레일 사장 자리는 지금도 비어 있다.
신탄진역 사고 당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을 했고 임기를 6개월여 남긴 채 퇴임했다. 수장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직원들이 근무 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소홀히 여기게 되는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코레일 사장이 된 최 전 사장은 이듬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에게 인사청탁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총선 불출마를 공언했다. 그러나 약속을 저버리고 20대 국회의원이 된 그가 이번 사고에 어떤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
정치에 뜻을 둔 부적격 인사들을 공공기관장에 낙하산 임명해 부작용을 빚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레일에는 최 전 사장 전에도 철도 문외한인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정창영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잇따라 사장으로 내려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정치바라기’ 인사들이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떠나면서 직원들의 기강이 풀려 수하물 대란과 밀입국 사태를 불렀다는 말이 나왔다. 316개 공공기관 중 26개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6월까지 임기가 끝난다. 청와대나 정치권이 이들 자리를 공석으로 둔 것은 낙천·낙선자로 채울 속셈이라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그렇다면 공공개혁은 왜 부르짖는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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